[펌] 모던 아트

잡동사니 2012. 3. 4. 18:38
http://www.divedice.com/community/content.php?tid=free&mode=view&n=33032&p=3&q=41&ss=1&key=%B8%F0%B4%F8&act=search

누군가 저에게 가장 좋아하는 보드 게임 디자이너가 누구냐고 물어본다면, 아마 프랜시스 트레햄이나, 마틴 월러스나 우베 로젠베르크라고 말할 것 입니다. 하지만 가장 천재적인 디자이너가 누구냐고 물어본다면, 저는 라이너 크니지아라고 이야기할 것입니다. 라이너 크니치아가 너무 많은 게임을 만들었기 때문에, 전부라고는 말할 수 없겠습니다만, 적어도 라이너 크니치아의 대표작들은 심플한 게임 플레이 속에서도 정말 오묘하다고 밖에는 말할 수 없는 밸런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오늘 말하고 싶은 게임은 크니치아의 92년작 '모던 아트'입니다. 보통은 경매 게임의 극을 보여주는 게임이라고 말하는데요. 맞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모던 아트가 경매 게임의 극한인 이유는 단순히 모던 아트에 경매 게임에서 사용되는 모든 경매의 방식(자유 경매, 일주 경매, 비밀 경매, 고정가 경매)이 사용되기 때문은 아닙니다. 사실 모던아트는 모두가 생각하는 것보다도 훨씬 더 좋은 경매 게임이고, 진짜 '경매'를 표현하는 드물디 드문 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던아트'는 사람들이 게임을 처음 접할 때 느끼는 것보다도 훨씬 더 깊이 있는 밸런싱을 보여주고 있는 게임입니다. 하지만 제 경험상, 많은 사람들이 처음 몇 번의 플레이에서는 이 게임의 밸런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게임 플레이가 생각만큼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는 경우도 많아서, 많은 사람들이 첫 플레이 후, 생각보다 허무하게 게임이 끝난다는 생각을 하기도 쉽습니다. 어찌보면 그렇습니다. 게임의 난이도나, 테마의 대중성과도 상관없이 의외로 진입장벽이 높은 게임이 모던아트이며, 또한 플레이어들의 게임 이해도에 따라 게임 플레이가 엄청나게 달라지는 게임이 모던 아트라고 생각합니다.

모던아트는 다음과 같은 기본 룰을 가진 게임입니다.

1.게임은 몇 개의 라운드로 진행되며, 플레이어들은 각각의 라운드에 몇 개의 종류로 나누어진 카드를 일정한 수 지급받고 게임을 시작한다.

2.플레이어들은 돌아가면서 경매를 통해 카드를 판매하는 역할을 맡는다. 이를 '카드를 시장에 내놓는다'고 표현하자. 다른 플레이어가 카드를 구입하는데 사용한 돈은 카드를 판매한 플레이어가 가진다. 다만, 카드를 판매한 플레이어 자신이 그 카드를 구입할 경우, 돈은 은행으로 돌아간다.

3.한 종류의 카드가 일정한 수 시장에 나오면 라운드가 종료된다. 다만 라운드를 종료시킨 플레이어는 그 카드를 판매할 수 없다.

4.라운드가 종료되면 플레이어들은 자신이 구입한 카드를 은행에 판매한다. 카드의 가치는 시장에 많이 깔려있는 순으로 결정된다. 3등안에 들지 못한 카드는 가치를 가지지 못한다.

5.최종 라운드가 끝났을 때, 돈을 가장 많이 가진 플레이어가 우승한다.



게임의 메커니즘을 설명하기 위해 상당히 추상적으로 설명한 것입니다만, 사실 이 정도만 알고 있어도 모던 아트를 플레이하는 데는 큰 지장이 없습니다. 사실 룰 자체는 대단히 심플해서 배우는데 큰 어려움은 없습니다. 하지만 이 단순한 룰 속에서 플레이어들이 쉽게 눈치채는 부분과 눈치채지 못하는 부분이 나누어진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대부분의 플레이어들이 단번에 눈치채는 것: "그림의 값어치는 변동할 수 있다."

모던아트는 쉽게 말해 구입한 그림(카드)을 라운드 종료 때 비싸게 판매하는 게임입니다. 다만, 자신이 구입한 그림이 '얼마나 인기있는 그림'이냐에 따라, 즉 시장에 얼마나 풀려있는지에 따라 판매 대금이 천차만별로 달라질 수 있습니다. 사실 이 점이 모던아트를 다른 '경매 요소가 도입된 게임'과 다르게 만드는 점입니다. 각자의 핸드, 그리고 시장에 풀린 카드의 장수에 따라서 경매되는 상품의 가격은 전혀 달라집니다. 이 게임에서 중심이 되는 '카드'는 사고 팔기의 대상일 뿐, 그 이외의 기능은 일절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바로 이 점이 모던아트를 진짜배기 경매 게임으로 만드는 첫번째 요소입니다.

컨셉과 매력이 다른 게임이라 직접 비교하기는 어렵습니다만, 경매 요소를 가지는 게임인 '플로렌스의 제후' 첫 턴에서 문제의 아이템 '광대'가 가지는 값어치는 거의 정해져 있다고 보아도 됩니다. 또한 '파워 그리드'의 첫 턴에서 선호되는 발전소의 종류와 그 가격도 거의 정해져 있다고 봐도 됩니다. 왜냐하면, 위의 두 게임에서 '광대' 혹은 '발전소'는 그 자체가 돈이나 점수로 바뀌는 것이 아니라, 미술작품, 혹은 전기를 만들기 위한 생산과정의 다른 한 요소로 투입되기 때문입니다. 즉, '광대'나 '발전소'의 가치는 그 자체의 가치가 아니라, '광대'나 '발전소'가 할 수 있는 '기능'의 가치입니다. 이 점에서 '기능'이 정해져있는 '광대'나 '발전소'는 그 '기능'에 근거한 일정한 가치를 가집니다. 그리고 게임의 발전 상황이 거의 일정한 첫턴에 한정한다면, '광대'나 '발전소'의 가치는 매우 적은 폭에서 움직입니다. '모던아트'는 그렇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플레이어들은 이 사실을 눈치챕니다. 때문에 모던아트는 판매한 카드의 값어치를 판단하는 기술로부터 게임이 시작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때 카드 가치의 평가는 현재 시장에 깔린 카드의 갯수 + 자신의 핸드에 들고 있는 카드의 갯수로 대략 예상이 가능하며 생각보다 어렵지는 않습니다. 따라서 이 단계에서 대부분의 플레이어는 다음과 같은 전략을 사용합니다. 첫째, 플레이어들은 높은 가치가 예상되는 그림(즉, 많이 팔렸고, 자신의 핸드에도 있는 카드)을 다른 사람과의 경쟁을 통해 다소 비싸더라도 사들이며, 자신의 턴에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그림의 가치를 유지시키거나 높이기 위한 카드를 판매합니다.

이렇게 될 경우 게임은 의외로 싱겁게 끝나버리게 됩니다. 시장에 먼저 2장이상 깔린 그림에 모든 플레이어들이 집착하며, 경쟁적으로 그런 그림을 사고 팔기 때문이죠. 한번 팔리기 시작한 그림은 보통 계속 절찬리에 팔리며, 그림의 가치는 쉽게 변동하지 않습니다. 아마 이게 모두가 모던 아트를 처음 플레이하는 상황에서 나오는 일반적인 게임 전개 양상일 것입니다. 적어도 제 경험으로는 그랬습니다. 그리고 보통 이런 상황에서 그림을 가장 열심히 구입한 플레이어는 최종적으로 게임에서 패배하게 됩니다. 왜 그럴까요?



능숙한 플레이어들이 눈치채는 것: 그림을 구입하는 것만이 수익을 낼 수 있는 방법은 아니다.

게임에 익숙한 플레이어는 자신이 중점적으로 구입한 그림이 거의 최고 가치를 획득함에도 자기가 이득을 별로 얻지 못하는 이유를 곧 알게 됩니다. 그 이유는 높은 수익이 예상된다고 해서 그림을 너무 비싼 값으로 사들였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자기가 비싼 값으로 그림을 사봤자, 자신은 이익을 별로 얻지 못하고 오히려 이득을 얻는 것은 굉장히 아까워하면서 못이기는 채 자신에게 그림을 판 사람이라는 것을 눈치채게 됩니다.

상황은 이러합니다. 1등을 차지해서 가령 100원의 가치로 판매가능할 것이 거의 확실시 되는 그림이 있습니다. 이때, 한 플레이어가 그 그림을 내놓습니다. 다른 플레이어들이 경쟁적으로 여기에 달려들고, 결국 그 그림은 90원에 낙찰이 됩니다. 90원에 그림을 사들고 희희낙락하는 플레이어는 그 그림을 사는 것을 통하여 10원의 이득을 얻게 됩니다. 하지만 그 그림을 판매한 플레이어는 앉아서 90원의 이득을 얻게 되는 것입니다. 100원으로 예상되는 그림을 매번 90원에 사는 플레이어는 그 그림을 9장 사야 겨우 그 그림을 한장 팔아버린 플레이어를 따라 잡을 수 있는 것입니다.

 모던아트를 처음 플레이 하는 사람들 중에서 게임에 능숙한 사람들은 이 교묘한 메커니즘은 곧 알게 됩니다. 그래서 그 플레이어는 전략을 바꾸게 됩니다. 이 사실을 알기 전에 100원 짜리 그림을 최대 100원에 팔 수 있다고 판단한 플레이어는 99원까지를 그 그림을 사기 위한 지출 한도로 파악했습니다. 그러나 그림을 비싸게 사봐야, 그림을 파는 사람만 이득을 얻는다는 것을 눈치챈 플레이어는 그림의 가치 평가 방법을 바꾸기 시작합니다. 이제 그 그림의 공정거래가격은 50원이 됩니다. 그보다 높은 돈을 주고 그림을 사게 될 경우, 결국 그림을 구입하는 사람보다 그림을 판매하는 사람이 더 큰 수입을 얻기 때문입니다. 이제 그 능숙한 플레이어는 나는 죽쒀서 개주는 플레이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합니다. 그러나 그 플레이어는 이번엔 숫제 우승을 못하는 정도가 아니라, 꼴찌로 떨어지게 됩니다. 왜 그럴까요?



능숙한 플레이어들도 쉽게 눈치채지 못하는 것: 매매의 기회는 한정되어 있다.

앞에서 이야기했듯이 그림의 공정가격을 정해버린 플레이어는 이제 100원 짜리 그림의 구입 가격을 50원으로 정해버립니다. 그러자 이상한 현상이 일어납니다. 100원으로 예상되는 그림에 50원을 부르자 왼쪽의 플레이어가 60원으로 가져갑니다. 80원으로 예상되는 그림에 40원을 부르자 오른쪽 플레이어가 50원에 가져갑니다. 공정가격을 준수한 능숙한 플레이어는 결국 게임이 끝날때까지 그림을 한 장도 구입하지 못하고, 당연히 라운드가 끝날 때 팔 수 있는 그림도 없습니다. 그 결과 능숙한 플레이어는 돈을 벌지 못하게 되버리고 꼴찌로 전락합니다.

이 게임에서 이기려면 돈을 벌어야 합니다. 그런데 이 게임에서 수입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은 단지 두 개 뿐입니다. 즉 그것은 사는 것과 파는 것입니다. 공정가격을 생각해 낸 능숙한 플레이어는 이 점을 간과해 버린 것입니다. 공정가격이 50원일 때, 말하자면 10원 정도는 더 낼 수 있습니다. 그것은 자신이 그 매매의 기회를 독점하는데 따르는 비용입니다. 자신이 구입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면서 판매자를 제외한 다른 플레이어들이 수입을 얻을 수 있는 권리를 원천 봉쇄하는 것이죠. 이 사실을 잊어버린 능숙한 플레이어는 여전히 눈치 없이 100원짜리를 90원에 사는 플레이어에게도 져버리게 됩니다. 100원짜리 그림에 모두가 90원을 지불하는 상황이 지속된다면 이 능숙한 플레이어가 판매자로서 얻을 수 있는 수입은 다른 플레이어와 똑같은 상황에서, 구입의 기회 자체를 잃어버림으로써 수입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원천 봉쇄 당하기 때문이죠.



능숙한 플레이어가 시행 착오 끝에 알게 되는 것: 판매가 오히려 돈이 된다.

자신이 무시해왔던 바보들에게 무참히 발려버린 이 플레이어는 이제야 게임이 돌아가는 양상을 대개 이해하게 됩니다. 즉, 그것은 대개의 경우 구매자보다 판매자가 높은 이윤을 얻게 된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판매자의 독점권은 언제나 유지되는 반면, 구매자의 독점권은 유지되지 않으며, 따라서 구매자들은 판매자에게 공정가격보다 높은 금액을 지불함으로써 독점권을 획득하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이 점이 진정한 경매게임으로써 모던아트가 가지고 있는 두번째 특징입니다. 모던 아트는 대부분의 경매 게임과는 달리 경매 판매자의 입장을 중요시하는 게임이며, 판매자와 구매자 사이의 밀고 당기는 협상을 표현하는 게임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제 능숙한 플레이어는 전략을 바꾸게 됩니다. 이제 이 플레이어는 소중한 판매의 기회를 낭비하려 하지 않습니다. 이 게임에서 판매의 기회를 잃어버리는 경우는 하나 밖에 없습니다. 자신의 턴에서 라운드가 종료되는 경우입니다. 이제 이 플레이어는 자신의 턴에서 왠만하면 라운드를 종료시키려고 하지 않습니다. 이 말은 1등을 차지하는 그림의 결정권을 자신이 가지려고 하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이점을 알게 되는 것은 게임의 진행에 극적인 변화를 가져오게 됩니다. 이제 게임은 쉽게 끝나지 않습니다. 능숙한 플레이어들의 수가 많아질수록  게임은 길어집니다. 플레이어들이 자신의 턴에서 라운드를 끝내지 않으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이제 이 플레이어들이 라운드를 끝내려고 하는 경우는, 자신이 구입한 그림이 1등을 차지함으로써 얻게 되는 가치보다 자신이 판매할 수 있는 그림의 가치가 작아지는 경우 뿐입니다. 모두가 능숙하지 않을 때 게임은 매우 싱겁게 끝납니다. 라운드의 처음 두 턴안에 판매되었던 그림이 대개 1등을 차지하게 되는 것이죠. 하지만 이제 게임은 쉽게 끝나지 않고, 이 말은 다양한 그림들이 1등의 자리를 놓고 각축전을 벌인다는 말입니다. 능숙한 플레이어들이 많이 모여있을수록 그림의 가치는 요동치고 예측은 훨씬 어려워지며, 게임은 훨씬 더 흥미로워집니다.


모두가 능숙한 플레이어들이 될 때 가능해지는 것: 구매자와 판매자의 관계 변화.

경매는 판매자가 하나의 상품을 복수의 구매자들에게 판매하는 방식입니다. 하나의 판매자와 복수의 구매자라는 것이 경매의 핵심입니다. 모든 플레이어가 능숙한 플레이어가 되어 게임의 메커니즘을 이해했을 때, 모던아트는 이제야말로 경매의 본질을 표현할 수 있습니다.

모든 플레이어가 게임의 메커니즘을 이해했을 때 그림의 가치는 예측불허합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실패한 구매자와 성공한 구매자가 생겨납니다. 선두를 달리는 사람과 하위권에 머무는 사람이 생겨납니다. 이 시점에서 플레이어들의 심리는 복잡해집니다. 플레이어들은 이제 각자가 얻은 수입을 대략적으로나마 계산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속적으로 판매자가 높은 수입을 얻게 될 때, 한 번 정해진 대세는 쉽게 변화하지 않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구매자들은 선두를 달리고 있는 사람의 판매 수익을 최대한 제한하려고 합니다. 쉽게 말하면 담합이 형성됩니다. 판매자의 수익이 줄어든다는 것은 구매자의 이득이 늘어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1등은 견제를 당하고 꼴찌는 푸쉬를 당합니다. 1등이 값비싼 그림을 판매할 때 다른 플레이어들은 담합하여 그 그림의 가격을 최대한 낮추고, 가능한한 꼴찌를 하고 있는 플레이어가 그 이익을 가져갈 수 있게 노력합니다. 1등을 달리는 판매자는 이에 대해 자신이 직접 그 그림을 사들이는 전략으로 대응합니다. 즉 판매자 자신이 높은 수익을 얻지 못하더라도 다른 플레이어 전체의 수익 기회를 없애는 전략으로 대응합니다. 여기에서 다시 공정가격을 둘러싼 미묘한 줄다리기가 위력을 발휘합니다.




이 시점에 이르러야 게임은 다시 시작합니다. 보다 정확하게 말한다면 이 시점에 이르러야 이 게임은 진정한 시작에 이르게 됩니다. 그리고 이제부터 게임은 결코 예전처럼 단순하지 않으며, 예측불허의 가격 변동 속에서 폭망하는 사람과 흥하는 사람이 나누어지며, 가격 책정을 둘러싼 줄다리기는 정말로 심각한 고민이 됩니다. 진정한 담합, 견제, 배신, 설득은 이 시점에 와서야 가능해집니다. 그리고 이 시점에 이르러야 이 게임의 겉으로 보이는 가장 주요한 특징인 '경매 방식의 다양성'이라는 요소 또한 분명한 의미를 가지게 됩니다. 무엇보다도 이 시점에 이르러야만 이 게임은 크니치아의 대표작 다운 밸런스와 재미를 동시에 가지게 되는 것입니다.


모던 아트를 여러 차례 플레이해보면서 든 느낌은 이러한 것입니다. 이 게임은 분명 크니치아라는 디자이너의 이름이 부끄럽지 않은 정말 너무나도 뛰어난 게임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이 게임은 어렵습니다. 너무나도 플레이어들을 탑니다. 플레이어들의 취향과 성향을 탄다기 보다, 플레이어들의 게임 이해도가 게임의 진행 양상을 직접 결정하는 부류의 게임이 됩니다. 모든 플레이어 능숙해지고 나서야 이 게임은 예측불허의 돈 싸움이 펼쳐지는 진정한 경매 게임이 되는 것입니다.


모던 아트를 여러 차례 돌려 본 입장에서, 모던 아트가 첫 플레이에서 아주 큰 호응을 얻었던 경우는 별로 없었던 것 같습니다. 저 역시 첫 플에서 이 게임을 '재미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생각보다 별로'라고 생각했으니까요. 이 게임을 첫 플레이 하고 나서... 저는 게임을 끝낼 때 쯤에서야 겨우 '공정가격'이라는 개념에 대해서 이해를 하게 되었는데요. '생각보다 훨씬 싱겁다' '라!가 훨씬 낫다'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라!'는 물론 정말 좋은 게임이고, 제가 정말 좋아하는 게임이지요. 하지만 플레이를 거듭해 나갈수록 모던 아트의 진가를 알게 되었습니다. 적어도 경매 게임이라는 측면에 있어서 '라!'는 모던 아트를 따라갈 수 없기 때문입니다. (정확히 말해 노리는 바가 전혀 다른 게임이지요) 저는 조금 더 많은 플레이어들이 모던 아트를 이해했으면 합니다. 그리고 모던 아트의 진짜 모습을 알고 모던 아트를 좋아했으면 합니다. 그래서 제가 모던 아트를 조금 더 자주 돌릴 수 있을테니까요.


benom   (2011/09/23 - 07:49:10)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글이었습니다
저는 보드카페에서 모던 아트를 배웠는데 마지막 그림은 팔 수 없다는 룰을
안 가르쳐 주셨네요 킁...
저도 이 게임을 하면서 비록 에러플이었지만 친구와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그건 판매자가 더 많은 수익을 얻는다는 것이었지요

아무튼 이 글을 보고 나니 모던아트를 사고싶어지네요
조만간 중고장터에 들어가면 안되겠습니다 ㅠ

인곤君[인천]   (2011/09/23 - 09:04:31)
어렴풋이 생각만 하고 있던 것들을 잘 정리해주셨네요.
그리고, 판매가 오히려 돈이 된다: 까지는 알고있었는데
구매자와 판매자의 관계 변화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해보지 못했습니다 :)

가이오트   (2011/09/23 - 10:36:34)
구매를 해야 하는 이유는...
"다른 사람 턴"에도 돈을 한푼이라도 벌어야 이길 수 있기 때문...
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1원 남겨먹기라도 하게 되는거죠...
구매자 다수가 그런 생각으로 달려들 것이기 때문에 판매자가 더 많이 먹게 됩니다...

초보일수록...
어? 구매를 적극적으로 하는 것은 나는 몇푼 안남으면서 판매자의 이익만 높아지는 거네...
라고 생각하고 구매 보다는 판매 위주로 게임을 하게 되지만...

그 결과 절대로 1등은 할 수 없다는 것을 체험한 뒤에는...
"1원이라도 남의 턴에 돈 벌 기회"를 갖는다는 것의 가치를 깨닫게 됩니다...

발렌타인   (2011/09/23 - 10:41:24)
좋은 리뷰입니다~^^ 아직 못해본게임인데 급관심생겼네요~

아브락   (2011/09/23 - 11:07:02)
3년전에 사서 한번도 안돌렸던 게임인데, 최근에 그냥 심심해서 매뉴얼 읽고 덮었는데,
긱에서 왜 100순위 안에 드는 게임인지 도저히 이해 못하던 게임인데,
이제야 좀 알겠군요.

게임을 해 본뒤에 다시 읽어야 겠습니다.

그리고 정말 멋진 글 잘 읽었습니다!

아브락   (2011/09/23 - 11:09:25)
이 글 블로그에 퍼가도 되나요? ;; ^^

주머니   (2011/09/23 - 11:47:03)
글 정말 잘쓰셨네요~
제가 경매게임중에서 제일 좋아하는 게임이 모던아트인데 다른 사람들과 플레이 할 때 전략을 정말 잘 짜야합니다.
난 손익계산을 하면서 플레이하지만 그렇지 않은 플레이어도 있기 마련이거든요.
그럴때는 계속 손익만 챙길것이 아니라 다양한 변수에도 대응하는 전략을 짜야해서 잘하는 사람도 쉽게 이기기가 어렵더라구요.
물론 모두가 충분히 룰을 알고 게임을 즐겼다면..
이 게임의 몰입도는 상상을 초월하게 됩니다.
제가 플레이 할 때 한가지 팁은 블라인드 뒤에 제가 그 플레이어에게 카드를 사왔다면 그 방향으로 돈을 하나 놓습니다.
그리고 최대한 균등하게 구매하려고 하죠..ㅋㅋ

김대광   (2011/09/23 - 13:39:50)
내일 모임에 가져가서 오랜만에 플레이를 해봐야 겠어요 ㅋ

빼빼로   (2011/09/23 - 13:40:01)
공감가는 글입니다. 모던 아트를 해보면, 정말 어떻게 해야 게임을 잘하는 건지 한 눈에 쉽게 안들어오지요. 어떤 그림을 살까보다는, 어떤 그림을 팔까가 더 중요한 게임 같습니다. 시장의 판도는 누가 사는냐에 의해서라기 보다는(이것도 어느 정도는 영향을 줍니다만), 어떤 그림이 거래되었느냐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이지요.

파란만장한참개암나무   (2011/09/23 - 13:40:49)
와우.!!근래의 본 글중에서 가장 재미있게 본거 같습니다.정말 좋은데요..저두 크니지아게임에서 비슷한경험을 한적이 있는데요.메디치엔스트로치입니다. 처음 몇판했을때는 너무 싱거워서 이거 정말 아니다라고 생각했다가..십여회를 하게 되면서 묘한 재미에 빠져들더군요..하면 할수록 탄탄한 느낌이 들어가더군요..제 경우는 첨에 재미없으면 뭔가 있겠지 하면서 재미있을때까지 파고드는 편이라서요..암튼 좋은글 감사합니다.

덩달이   (2011/09/23 - 13:52:44)
잘봤습니다. 이전에 단 한번 즐겨보았을뿐이지만 굉장히 인상깊은 게임이었습니다. 오늘 이 글을 보니 구매욕이 동하는군요. ^^

byturn   (2011/09/23 - 14:08:20)
저도 햇반님 글을 읽으면서 메디치vs스트로찌가 떠오르더군요. 같은 게임을 언급하신 댓글을 보니 반갑네요. 2인용인 MvS 에 비해 3~5인용인 모던아트는 몇번 해보지 못했는데, 모던아트도 자주 돌려보고 싶어집니다.

그런데 이런 좋은 글은 자유게시판보다는 소감과 후기 쪽으로 옮겨주실 수는 없을까요? 그쪽이 나중에 더 찾기 쉽지 않을까 싶습니다.

暗飛[암비]   (2011/09/23 - 18:15:04)
훌륭한 글입니다만...

이런걸 알려주시면...  아 나 또 꼴등하겠네...

햇반   (2011/09/23 - 18:36:25)
아브락님// 네 물론 퍼가셔도 됩니다.
byturn님// 뭐, 소감이나 후기라고 하기엔 부족해서요. 이왕 올린 거 옮길 필요까지는 모르겠습니다. 다음에 비슷한 성격의 글을 올릴 땐 신경을 쓰겠스니다.

인곤君[인천]   (2011/09/23 - 19:07:49)
햇반 // 부족하다기보다는 오히려 넘치죠.. 룰 연구소 쪽으로 가야할지도?

sky2star   (2011/09/24 - 08:00:43)
좋은글 입니다. 이 글을 읽으면서, 많은 사람들이 누가 더 짧은 기간동안 많은 게임을 더 해보나가 마치 더 대단한  고수(?)게이머로 생각하는 현실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한 두가지 게임을 좀더 깊게 하면서 느끼는 기쁨을  놓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마치 누가 더 많이, 더 큰 집 , 차를 가졌는지 비교하는 북미문화를 생각해 봅니다. 중요한것은 많은 게임을 해보는게 중요한게 아니고, 한 게임을 하더라고 여러가지방법 사람들과 하면서 재미를 느껴 보는게 아닌가 생각이 드네요...

디굴디굴대마왕   (2011/09/26 - 10:28:56)
잘 읽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게임인데 이렇게 좋은 글을 남겨주시다니...

하지만 모던 아트에서 결정적인 헛점이 하나 있다면, 두 명이 짜고 치는 고스톱으로 서로 비싸게 사들이기 시작하면 게임 밸런스가 망합니다 =ㅅ=)>
Posted by 木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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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윈도우7의 경우 업데이트 들어가셔서 한글 언어팩 받아서 설치하신후에 제어판 언어 옵션 들어 가셔서 한글로 바꿔 주시면 한글판 새로 까실 필요 없어요..


  • 2011/09/26 06:59

    한글 프로그램 설치후 한글이 깨지는 현상은 역시나..제어판 국가 언어 옵션에서..유니코드 시스템로켈 선택을 한국어로 바꾸신후..재부팅 해주시면 말끔히 해결됩니다..괜스레 정품 윈도우 밀고 새로 깔 필요 없어요..


  • 2011/09/25 19:35

    오피스 역시 2007판 이상은 사용 언어 설정이 가능 하지만..그냥 제어판에서 유니코드를 한국어로 설정 하신뒤 한글판 오피스를 깔아주셔도 됩니다.


  • 2011/09/25 20:44

    이 론상으로는 중문판에서 한글쓰는데 문제가 없지만... 문제는 한국 프로그램들이 유니코드를 지원하지 않아서 메뉴나 그런것은 역시 깨진답니다. 정말 열받는건 한글 파일이름이 다운받을때 깨지는 경우가 많으니,,, 맘편히 한글윈도우 까는 것이 좋습니다.


  • 2011/10/02 19:24

    위의 답글처럼 유니코드 사용자 로케일을 한국어로 바꾸면 간단히 해결됩니다..ㅡㅡ; 저역시 그렇게 사용하고 있고 아직까지 아무 이상 없습니다..XP와 혼동 하고 계신듯..


  • 2011/09/26 08:06

    메이비 아 닙니다. 몇몇 예전에 나온 프로그램들은 유니코드를 지원안해서 일겁니다. 최신 프로그램들이야 상관없지만 한국에서 나온 중소기업제품들 대부분 유니코드나 호환성이 안 좋아서 글이 깨집니다. 제가 자주 쓰는 번역프로그램이나 지도프로그램(가끔 게임)에서 메뉴가 잘 못 되는 경우 많았습니다.. 폰트문제라고 하는데...여하튼. XP는 더 많고요... 윈7에서도 깨지는거 확인 했습니다. 가끔 네이트에서도 글이 깨지기도 하고요... 전 PDA폰을 쓰는데 중문판에서 접속한번하고 나면 주소록 이름들 다 뻑나곤 합니다... 한글프로그램 중국이라 잘 안쓰지만...한국에선 대부분 한글문서 쓰거든요...아래아 한글 2007도 영문판으로 깔리기도하고요...등등 자잘한 문제 생깁니다.
    머 워드나 동영상 신프로그램 사용에는 문제 없지만 가끔 이런 문제로... 이제는 한글원7만을 씁니다. 물론 한글윈도우7도 MSN할때 중국 친구들과 대화시 간자체가 가끔 글씨가 깨지지만 못 알아볼 정도는 아니고요. 워드2010이나 한글 2010, PDF등도 원7되면서 오히려 한중 호환성이 좋아져 한국어로 씁니다. ^^


  • 2011/09/25 22:49

    시 작->제어판->시계 언어 및 국가별 옵션->국가 및 언어->형식 한국으로 바꾸시고,위치 한국으로 바꾸시고,키보드도 한글 입력 할수있게 설정 하시고 , 관리자 옵션에서 ""시스템 로켈""도 한국으로 바꿔보세요
    그리고 메이비님 말씀대로 윈도우7은 언어팩을 받으면 여러가지 언어로 업데이트 해서 사용 하실수 있습니다 굳이 새로 설치할 필요 없어요 @@
    저도 중국에서 샀는데 지금 한글로 잘 쓰고 있어요 @@


  • 2011/09/26 17:08

    한글판 윈7 버전별로 있습니다.
    빌려드리겠슴돠. 사례는 굳이 필요없고 ㅋㅋㅋㅋㅋ
    직접 오셔서 받아가심 됩니당~


  • 2011/09/30 15:04

    제가 답변을 드릴게요

    우선 윈도7이 어떤 버젼인지 알아야 되요

    [울티메이트 버젼-旗舰版]과 [홈버젼(맞나? 여튼 중국어로는-家庭版)]가 있는데

    울티메이트 버젼이 좀 고급버젼이고 이 버젼은 언어팩설치가 가능해요
    윈도우즈 업데이트-한글언어팩 설치 하면 어떤 언어버젼으로 된 윈도우건 모두 한글 윈도우로 업데이트 가능하구요

    문제는 글쓴이님 윈도우 버젼이 홈버젼(家庭版) 이면 언어팩 설치가 안되요 저도 갖가지 방법을 찾아 봤는데 결국엔 안되더라구요 그래서 이런경우라면 최대한 빨리 [윈7울티메이트]나 [한글윈도우7]을 새로 까시는걸 추천드립니다

Posted by 木石
,

유세윤과 UV

예술 스크랩 2012. 2. 5. 21:12
PEOPLE > NO.1 2011.04.12

UV│“웃기려는 이유로만 가발을 쓰는 게 아니다” -1

故 마이클 잭슨은 ‘We Are The World’의 완성도를 위해 이례적으로 한국 뮤지션인 UV를 코러스로 세웠다. 아이유와 구하라가 UV의 제자가 되기 위해 오디션을 봤지만 결국 수제자로 인정받은 건 빅뱅뿐이다. 지난 3월부터 시작한 Mnet < UV 신드롬 비긴즈 >는 UV에 대한 일종의 복음이다. 어느 날 ‘쿨하지 못해 미안해’ 뮤직비디오를 UCC처럼 인터넷에 올리며 시스템 바깥에서 농담처럼 등장했던 이들은 이 엄청난 허구의 스토리를 통해 대중음악계의 메인스트림을 말 그대로 가지고 논다. 부담 없이 낄낄 거리며 볼 수 있는, 하지만 웃는 사이 방송과 음악계의 엄숙주의에 균열을 일으키는 < UV 신드롬 비긴즈 >는 UV 퍼포먼스의 지형도 안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

Mnet < UV 신드롬 비긴즈 >를 통해 UV의 새로운 역사가 만들어지고 있다. 시즌 1보다 훨씬 이야기의 스케일도 커졌다. 이젠 게르만족의 이동 얘기까지 나온다. (웃음)
유세윤 :
기 소보르망 박사 너무 웃기지 않나? (웃음) 우리 프로그램의 메인이다.
뮤지 : 눈빛도 장난 아니지. (웃음)

“< UV 신드롬 비긴즈 > 회의실 웃음소리가 방 두 개를 건너서까지 들린다”



시즌 1도 그렇고 UV라는 팀을 제대로 이해하기에 만들 수 있는 프로그램 같다.
유세윤 :
Mnet 소속이자 친구인 ‘유치콕’ 유일한 감독이 처음 ‘쿨하지 못해 미안해’ 뮤직비디오를 찍어줄 때만 해도 이렇게 될 줄 몰랐지. 그냥 재밌는 거 하는데 연출 해봐라, 해서 만들고 인터넷에 올렸는데 반응이 좋았다. 그러다 (유)일한이가 Mnet에서 너희를 통해 방송을 하고 싶은 의견이 나왔다고 제의를 했다. 처음에 우리끼리 약속한 건, 절대 UV로 방송하지 말자는 거였는데, 일한이에게는 네가 하는 거면 하겠다고 했다. 비록 메인은 박준수 PD였지만 박준수 PD 역시 우리와 감이 맞아서 기획을 같이 했다. 처음에는 <2NE1 TV>처럼 < UV TV > 같은 거, 몰래 카메라인데 다 보이는데 설치하는 그런 콘셉트를 생각했다가 지금 같은 페이크다큐로 음악의 신, UV의 삶을 담아보자고 했다.

처음에 방송을 하지 않겠다는 건, 어떤 의미의 다짐이었나.
뮤지 :
어떤 인터뷰에서 우리가 가발을 벗고 있다가 사람들이 몰리면 가발을 쓰는 그런 설정을 제의했는데 우리는 그렇게 웃기려는 이유로만 가발을 쓰는 게 아니다. 처음에 방송을 안 한다고 했던 것도 그래서다. 우리 콘셉트를 이해해주고 공유해주는 프로그램이 있다면 좋지. 그런데 그렇지 못할 게 불 보듯 뻔해서 안 했던 건데, 지금은 사람들이 좋아해주고 보고 싶어 하니까 고집만 부릴 게 아니라 되도록 안 다치는 선 안에서 음악 활동을 고려하고 있는 거다. 좋은 취미로 사랑을 받은 만큼, 좋은 취지의 공연 같은 건 만나보고 얘기하고 있다.
유세윤 : 요즘은 음악 프로그램, <뮤직뱅크>는 아니더라도 라이브를 할 수 있는 무대에 나갈까 생각 중인데 가발을 써야할지 말아야 할지도 고민이다.
뮤지 : 진짜 고민이다. 그건 변신인데, 변신한 채로 있기가 ‘뻘쭘’하니까.
유세윤 : 가발 벗고 나가면 음악 한다고 내세우는 것 같고, 가발 쓰자니 너무 웃기려는 것 같고. 선을 어떻게 잡아야 할지 모르겠다.
뮤지 : 차라리 다른 가발을 쓸까?
유세윤 : 너바나 가발?

결국 그 선을 잡을 무대가 필요한 건데, 새 시즌인 < UV 신드롬 비긴즈 > 역시 서로의 공감대가 형성되어서 나온 건가.
유세윤 :
회의를 많이 했는데, 내가 ‘비긴즈’를 하고 싶다고 했다. Mnet에서 <빅뱅 더 비기닝>을 했었는데, <배트맨 비긴즈>도 그렇고 ‘비긴즈’는 좀 거창하지 않나. 아무 것도 아닌데 거창하게 하면 웃길 거 같았다. 다만 너무 뻥을 치면 재미 없을까봐 걱정을 했는데, 다행히 박준수 PD가 연출을 잘해주고 있다. 이번 시즌에선 빠진 ‘유치콕’에게는 미안하지만 ‘시즌 1보다 재밌는데?’ 이런다.

시즌 1을 통한 믿음이 있기에 먼저 제안할 수 있었을 것 같다.
유세윤 :
공중파에서 좀 빤하게 프로그램을 연출하는 사람 중에도 끼를 가진 사람들이 있는데 시스템의 꼭대기에 어르신이 있다 보니 그들 역시 시스템에 맞춰가게 된다. Mnet은 젊은 채널인 게, 너희들의 끼를 발산하라고 한다. < UV 신드롬 >에선 작가들이고 PD도 끼를 마음껏 발산했다. 사실 시즌 1은 ‘유치콕’ 때문에 시작했던 건데, 얘가 빠지니까 박준수 PD가 작가들을 비롯해 내가 좋아하는 멤버들로 시즌 2의 팀을 짜줬다. 얘기 들어보니 < UV 신드롬 비긴즈 > 팀 회의실 웃음소리는 방 두 개를 건너서까지 들린다고, 뭐 그리 행복하냐고 하더라. 그게 내가 원하는 거다. 우리가 시청률 잘 나오는 프로그램은 아니다. 하지만 Mnet의 구성에 있어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채널을 보기 좋게 만드는 프로그램으로서의 역할을 한다. 시청률 걱정은 <슈퍼스타 K>가 하라고 하고. (웃음)
뮤지 : 우리는 시청률보다는 ‘어제 그거 봤느냐’는 식으로 입소문을 타는 것 같다.

“뭘 하는지 모를 때가 뭘 하기 제일 좋더라”



말 하자면 UV가 만든 놀이의 룰 안에서 함께 노는 멤버들이 늘어난 건데, 그런 확장이란 측면에서 유세윤과 유일한 감독이 직접 연출한 산이의 ‘Love Sick’ 뮤직비디오는 흥미로웠다. ‘쿨하지 못해 미안해’도 그렇지만 노래방 콘셉트로 가사를 바로 보여주는 방법 같은 건, 다른 뮤직비디오 감독들이 생각만 하다 미처 실현하지 못할 장면들이다.
유세윤 :
나는 ‘내가 하는 건데, 뭐’ 이런 게 있으니까. (웃음) 나는 모든 종류의 강압이 싫은 게, 개그맨이면 웃겨야 하는데 그런 강박을 느끼면 못 웃긴다. 음악인이면 음악으로 뭔가 보여줘야 하는데 그러면 음악이 안 나오고, 뮤직비디오 감독이 뭘 보여주려 하면 그 역시 잘 안 된다. 어떤 인터뷰에서 말했던 것 같은데, 뭘 하는지 모를 때가 뭘 하기 제일 좋더라. 부담이 없지 않나. 그건 내 분야가 아니야.

그래도 다른 가수의 작업을 해주는 거에 대한 부담 혹은 어려움은 없었나.
유세윤 :
어려웠던 건, (박)진영이 형이 짠한 걸 바랐다. 그게 안 떠올랐다. 내가 영상으로 표현하는 게, 감동은 없는 거 같은데, 그래서 일한이한테 이 부분은 신경써달라고 했었다.

그럼 ‘이태원 프리덤’은 어땠나. 이건 반대로 UV의 작업에 박진영이 함께 한 경우인데.
유세윤 :
뮤지가 음악에 신경을 많이 썼다. 음악을 만들어놓고, 진영이 형이랑 하게 된 게 아니라 진영이 형이랑 술자리에서 재밌겠다고 해서 하게 된 작업이라. 그래도 그분의 퀄리티가 있는 만큼 고민을 많이 했다.
뮤지 : 진영이 형과 함께 할 때, 우리는 즐거워서 하는 거지만 진영이 형한테 피해가 갈 수 있는 예민한 문제가 있어서 셋 모두에게 잘 맞는 음악을 고르려 했다. 그 중 80년대 디스코가 여기에 가장 가까운 것 같았다. UV와 진영이 형 모두가 같이 소화할 수 있는.

80년대 멜로디에 박진영의 올드스쿨 랩이 독특한 조화를 이뤘다.
뮤지 :
원래 랩 가사는 그게 아니었다. 뭐였지?
유세윤 : 노래할 땐 힘차게, 랩을 할 땐 정확히, 사랑할 땐 여기서. 이걸 내가 썼는데 진영이 형이 이 가사를 하면 웃길 거 같아서 제안했던 건데 형이 바꿨다. ‘이태원 프리덤’ 가사에서 형이 바꾼 랩 파트만 웃음 코드가 있어서, 형이 안 바꿨으면 심심했을 것 같다.
뮤지 : 나는 처음에는 세윤이 형 게 더 낫다고 생각했는데 만들어놓고 보니 이게 더 괜찮네 하는 걸 보면...
유세윤 : 처음에는 대놓고 웃기려고 하는 게 아닌가 싶었는데 곡 자체가 괜찮으니까 그 정도로 가도 귀여운 것 같다. 역시 JYP구나. (웃음)

PEOPLE > NO.1 2011.04.12

UV│“음악으로 한 건 해보려는 건 아니다” -2



유세윤 스스로 “음악밖에 모르는 뮤지션의 패러디”라 말하지만 프로 뮤지션 뮤지와 그가 협력해 만들어내는 UV의 싱글들은 온전한 음악 창작물이다. 90년대 미국 랩음악과 R&B를 연상시키는 ‘쿨하지 못해 미안해’나 듀스에 대한 오마주라 해도 좋을 ‘집행유애’ 등은 단순한 흉내가 아닌 충실한 사운드의 재현과 재해석을 통해 복고의 새 유형을 보여주었다. 그들의 새 싱글 ‘이태원 프리덤’ 역시 그렇다. 80년대 유로댄스의 질감을 그대로 재현해내는 신시사이저 사운드와 한국형 ‘뽕끼’, 그리고 서울의 지형학을 담은 가사까지, ‘이태원 프리덤’은 과거에의 향수를 현재적 시점에서 어떻게 활용하는지에 대한 흥미로운 답안과도 같다. 과연 이 창작물을 얻기까지의 과정은 어떻게 진행될지, 유세윤과 뮤지의 음악적 파트너십은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는지 ‘뮤지션’ UV에게 들어보았다.

말한 것처럼 ‘이태원 프리덤’은 곡의 퀄리티가 상당히 좋다. 신시사이저부터 기타까지 리듬이 딱딱 맞는다.
뮤지 :
신시사이저도 실제로 80년대 악기다.
유세윤 : 뮤지가 그런 악기를 되게 많이 모은다. 빈티지 악기를 좋아한다.
뮤지 : 보통 편곡 작업을 할 때는 퀀타이즈라고 박자를 맞추는 기계로 박자를 정확히 맞추는 작업이 있는데, UV를 할 때는 그런 과정 없이 백퍼센트 연주로만 간다.

그래서 스타일 뿐 아니라 질감 역시 그 시절 음악에 가깝다. 노래 역시 의도적으로 80년대 보컬 디렉팅을 했다고 하던데.
뮤지 :
우리 둘은 항상 설정을 한다. 형, 어떻게 부를 거야, 너는 어떻게 부를 건데, 하며. 매 곡마다 서로 캐릭터를 부여하는데 이번에는 80년대 느낌이라 담백하게 부르려 했다.

“음악이 마케팅으로 가는 게 싫다”



톤이 마치 과거 <젊음의 행진>의 ‘짝꿍들’을 연상시켰다. 그런 면에서 뮤지는 어떤 음악적 배경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하더라. 유세윤이 80년대 음악을 좋아하는 건 잘 알려졌는데.
뮤지 :
나나 세윤이 형이나 80년대 음악만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둘 다 정말 다양한 음악을 좋아한다. 장르를 구분 짓지 않고 좋아하니까. 어릴 때는 장르를 구분 짓기도 했는데 가면 갈수록 새로운 걸 듣고 좋다는 걸 알게 된다. 다만 내가 못하는 건, 발라드. 발라드는 진짜 힘들 거 같다. 형은 뭘 못하지?
유세윤 : 음... 요즘 아이돌 그룹 노래?

사실 곡이 듣기에는 편하지만 구성은 은근히 복잡하다. 보통 가요처럼 1, 2절을 반복하는 게 아니라 조금씩 변주가 들어간다.
뮤지 :
‘할렘 디자이어’의 뮤직비디오를 이미 ‘쿨하지 못해 미안해’ 전부터 패러디하자고 했었는데 우리 곡에서 좀 더 오리지널리티가 있으면 좋을 거 같았다. 단순한 진행이긴 한데, 멜로디 부분에 변화가 많다. 조금 더 지독하게 따라가면 너무 지나칠 수도 있어서 그 중간을 찾으려고 했다.
유세윤 : ‘쿨하지 못해 미안해’를 ‘할렘 디자이어’처럼 찍을 수도 있었다. 그랬으면 너무 웃겨서 아무도 못 이겼을 거 같다. (웃음)

앞서 서로의 캐릭터 잡는 이야기를 했는데 이번 곡에서는 듀오로서의 UV 역시 두드러진다. 유세윤의 보컬과 뮤지의 보컬이 톤과 스타일이 확실히 다른데 어떤 과정을 통해 만들어졌나.
유세윤 :
우리는 항상 똑같다. 뮤지가 데모 MR(Music Recorded)을 만들기 전에 어떤 진행에 어떤 느낌이면 좋겠다고 회의를 하면, 어느 날 뮤지가 만들어 놓는다. 거기에 멜로디와 가사를 붙여보고 내가 여기 이런 게 들어가면 좋겠다고 하면 뮤지가 작업하는 방식이다.
뮤지 : 보통 우리 집에서 작업이 이뤄지는데 그 전에 가끔 서로 전화나 문자를 한다. 이거 재밌지 않을까? 그렇게 오케이를 하고 코드 진행을 내가 만들면 멜로디와 가사를 동시에 쓴다. 부르면서 가사 만드는 방식을 좋아해서. 가사들은 거의 헛소리에서 나온다.
유세윤 : 아무렇게나 흥얼거리다가 이거 좋은데 하고.

그게 딱딱 들어맞나.
뮤지 :
너무 딱딱 맞는다. 나는 진영이 형이 음악적으로 뭐 하나 바꾸자고 해도 안 바꾸는데 (웃음) 세윤이 형이랑 할 때 처음으로 마음을 연 거다. 형이 이런저런 지시를 내리는 게 신경 안 쓰인다. 이런 거 어떨까, 저런 거 어떨까 하면, ‘그래? 그건 무슨 느낌인데?’ 하며 작업하게 된다. 그러면서 스스로를 꽁꽁 싸매고 멋있게 갈고 닦으려고만 하고 여유는 없던 내 모습이 변한 것 같다. 멋있는 것도, 촌스러운 것도 마음먹으면 다 할 수 있는 건데, 그 중간선을 찾게 된 것 같다. 요즘은 작업할 때 30분 이상 안 걸리는 거 같다. 1차적인 논의는 열심히 하지만 이런 모습이라고 데모를 내는 건 30분이면 된다.
유세윤 : 딱 하나다. 서로 직업이 아닌 거다. UV가. 모임 자체가 즐거운 모임이다. 도박과 마찬가지로 따려고 하면 안 주는 게 하늘이다. 되게 신기한 건데, ‘따려 하면 못 따는 구나, 그러면 잃겠다는 마음으로 해야겠다’ 하면 그 역시 따려는 욕심인 거다. 그조차 버린 완전 순수한 마음일 때 하늘이 뭘 준다. 참 우습지. 그게 우리 상태인 거 같다. 얻으려고 하지 않는. 녹음할 때도, 뮤지는 내게서 안 나오는 걸 굳이 끌어내려 하지 않는다. 음악으로 한 건 해보려는 것도 아닌데 억지로 끌어내려 하면 스트레스 받지 않나.
뮤지 : 이번에도 ‘형, 이거 진영이 형까지 썼는데 안 되면 좀 그렇지 않나?’ 하니까 ‘안 되는 게 더 웃긴데?’ 그러더라. 내가 좀 마음이 따끔따끔할 때마다 형이 그렇게 말해주니까 마음이 편해진다. 그래서 승부에 집착 안 하려고.

그래도 전과는 다른 부담이 있지 않나. ‘쿨하지 못해 미안해’ 때만 해도 재밌는 해프닝이었는데 그 이후로 싱글을 낼 때마다 관심을 받으니.
유세윤 :
그게 이번에는 회사에서 제작비를 받아서 한 거라. 그냥 우리끼리 하는 거라면 세트를 안 지었겠지. 사실 제작비가 많이 들어간 건 아니지만 세트는 좀 들어간다. 그런데 그러면 결국 지원한 만큼 수익을 만들어야 하는데 나는 음악이 마케팅으로 가는 게 싫으니까.
뮤지 : 형은 자기 때문에 누군가 분주하게 움직이는 걸 별로 안 좋아한다.
유세윤 : 대가가 있는 걸 너무 싫어한다. ‘이태원 프리덤’에 대해 회사에서 무리한 마케팅을 하면 어떡하나 싶었다. 회사가 돈 벌어야 하는 건 알겠지만 우리의 느낌을 끝까지 가져가야 예쁜 돈이 발생하지.
뮤지 : 예를 들어 회사에서는 티저를 준비하자고 했다. 회사에서는 여러 사람이 알고 여러 사람이 사서 그걸로 대가를 치루는 게 좋고, 충분히 요구할 수 있는 거지만 우리는 처음부터 놀자고 시작했던 걸 지금 와서 기대해달라고 하는 게 안 맞지.
유세윤 : JYP에 UV가 출몰? 도대체 무슨 일을? 그런 거 너무 싫다. 워워워워. 그런 거 자제하고 알리지도 않고 음원 나오는 날까지 쉬쉬했다.

“아내에게도 풀지 못한 음악적 마음을 풀게 됐다”



그렇게 결과물 자체에 집중하면서 로커의 이미지를 패러디한 닥터피쉬와는 달리 실제로 창작을 하는 뮤지션이 됐다.
뮤지 :
궁합이 좋다. 같은 노래를 나 혼자 불렀으면 좀 무겁게 느껴졌을 거고, 세윤이 형 혼자 불렀으면 코미디로 봤을 텐데, 둘이 만나면서 예쁜 선이 생기는 거 같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말하자면 코믹한 요소가 음악성의 한 부분이 됐다. ‘신촌은 뭔가 부족해’ 같은 가사는 웃기면서도 핵심을 찌른다.
유세윤 :
그 가사 엄청 고민했다. 그만한 표현이 없는데 신촌에서 싫어할 거 같은 거다. ‘강남 너무 사람 많아, 홍대 사람 많아, 신촌은 뭔가 부족해’ 한 번에 쭉 갔다가 불안해서 다시 녹음 한 게 ‘신촌은 골목이 많아’였다. 실제로 골목이 많더라. (웃음) 그랬다가 이건 우리가 즐기는 일인데 설마 오해하겠느냐 하는 생각으로 그대로 갔다.

이처럼 코미디나 음악이라는 카테고리 하나로 묶일 수 없는 작업을 하고 있는데, 본인이 하고 싶은 걸 찾은 느낌이다.
유세윤 :
완전 신난다. 방송 시작하고 3, 4년 정도 지나서 너무 답답했다. 시스템에 갇혀서 표현을 시청자에 맞추고 PD에 맞추고 하기 싫은 캐릭터도 연기해야 하고. 그 땐 내가 코미디에 질린 줄 알았다. 지금 보니 시스템에 질린 거더라. 그 때부터 지금까지 이건 너무 안 맞는다. 그렇게 너무 답답하던 시기에 해소가 된 게 쇼핑몰이었다. 내가 새로운 시스템을 만드니 이 안에서 나는 자유로우니까. 그러다 결혼을 하고, 흐흐흐흐. 잘 놀지도 못하겠고, 부인은 놀라고 하는데 미안해서 놀지는 못하겠고, 또 답답해질 찰나에 멋진 취미를 갖고자 해서 시작한 게 음악이었다. 뮤지한테 음악 배워보고 싶다고 했는데 마침 뮤지도 뭔가 해소의 창이 필요했던 것 같다.
뮤지 : 나는 내 즐거움을 찾을 거란 기대보다는, 형이 예전부터 음악 좋아하는 걸 알아서 거기에 도움이 되면 좋겠다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형 덕분에 나 역시 달라지게 됐다. 전에 음악 활동 하며 남을 레슨해주고 그럴 때가 있었는데 내가 원하는 대로 못 따라하면 이기적인 불만이 생겨서 남 가르치는 건 못 하겠구나 싶었다. 그런데 형한테 무슨 방법을 알려주면 그 이상을 보여줬다.

그 이상이라면?
뮤지 :
음악도 목소리를 이용한 일종의 연기인데, 연기자들이 녹음을 한다고 그게 그대로 응용될지는 또 다른 거다. 그런데 그걸 이미 흡수하고 음악이라는 문화를 잘 이해하고 있더라. 몸짓이나 표정이. 나도 신기했지. 예상한 거 이상을 보여주니까. 마이크를 대고 ‘형, 뭐라도 해봐’ 하면 한다. 나도 그건 안 된다. 열 번 하면 여섯 번 정도 되는 건데 형은 열 번 하면 아홉 번은 하니까. 나로서도 작곡과 작사를 교류하는 첫 파트너가 생긴 거다. 완전 마음을 연 건 처음이다. 아내에게도 풀지 못한 음악적 마음인데.
유세윤 : 앨범 나오기 전, 미니홈피에 올린 ‘쿨하지 못해 미안해’ 데모가 있는데 뮤지가 그냥 해보라고 해서 한 방에 날 것 그대로 간 거다. 그 데모가 되게 좋다. 언제 한 번 앨범에 실어볼까 생각 중이다.

뭐랄까, 두 사람이 결혼 생활에서 못 푸는 스트레스를 푸는 것 같기도 하다.
유세윤 :
이제는 음악밖에 할 게 없다.
뮤지 : 뭐 할 거 없어? 뭐하지 형? 이러면 음악이나 하자고 한다.


PEOPLE > NO.1 2011.04.12

UV│“UV를 응원가자는 건 싫다” -3


뮤직비디오 안에서, < UV 신드롬 비긴즈 > 안에서, 그리고 인터뷰 사진 촬영을 위해 가발을 쓰고 구곡폭포로 올라가는 길목에서도, UV는 자신들의 캐릭터 안에서 한껏 자유롭고 남의 눈을 의식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준다. 타인의 시선과 목소리에 자신의 자리가 규정되는 세상에서 많은 이들이 UV 신드롬을 동경하는 건 그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유세윤도 뮤지도 UV의 가발을 벗고 현실의 간섭과 마주해야 할 때가 있다. 그에 대한 불만, 그리고 탈출에 대한 욕구야말로 그들의 진정한 시작, ‘UV 비긴즈’라 할 수 있을 것이다.

UV를 보면, 건전하게 미친다는 게 이런 거 같다.
뮤지 :
형 자체가 되게 건전하다. 스포츠랑 레저 좋아하고. 사람 상처 주는 것도 싫어하고.
유세윤 : 언젠가 MT 가서 진실게임을 했는데 라디오 작가가 나보고 일본인 스타일이라고 하더라. 나도 남에게 상처 안 주고, 남이 나에게 상처 주는 거 싫어하고.

자기 아닌 캐릭터를 디테일하게 만들어 연기하는 것과 그런 성격 사이에 관계가 있을까.
유세윤 :
내가 연기한 캐릭터는 다 내 안에 있는 거 같다. 마음속에 지저분한 생각들이 많은데 그걸 해소하고 싶어서 ‘나쁜 녀석들’을 하고, 음악에 젖어보고 싶은데 그냥 하면 사람들이 미친놈이라고 할 거 같아 그걸로 웃음을 만들자고 한 게 ‘닥터피쉬’다. 또 ‘옹달샘’에서 ‘다 내 아래로 보고 있다’는 얘기도 했는데 (웃음) 그런 마음이 건방진 도사가 되는 거 같다.

“진짜 내 모습이 드러나니까 방송을 하기 싫다”



언 젠가 <비틀즈코드>로 인터뷰를 할 때 UV의 유세윤은 가상 인물이라 안 나온다고 했는데 사실 <비틀즈코드>의 링고세윤도 가상의 인물이다. 그럼 백퍼센트의 유세윤이 따로 있는 건지, 결국 그 모든 가면을 모은 게 유세윤인 건지 궁금했다.
유세윤 :
솔직히 말하면 가면이라고 믿게 만든 내 모습인데, 가면으로 알길 바라는 거다. 모두 유세윤의 가면인데 그 중에 진짜 내 진심은 보여주기 싫은 거지. 그래서 방송을 하기 싫다. 진짜 내 모습이 드러나니까.

그래서 ‘무릎 팍 도사’ 이후 UV를 하기까지의 3년여가 어땠나 싶다. <상상더하기>를 비롯한 버라이어티 MC 활동이 쉽지 않아 보였다.
유세윤 :
뭐가 문제인지를 몰랐다. 버라이어티에 대한 끼가 없는 건지. 그러다 나온 해답이, 나는 내 모습을 보여주기 싫어하는 사람이구나, 싶었다. 내가 창피한 모습, 웃는 모습, 슬픈 것까지 다 숨기고 싶은 거다. 그래서 최대한 리얼을 바라는 게 역겨웠다. 결국 감동을 주기도 하지만 한 사람의 리얼을 짜서 파는 느낌이 들어서. 내 진심을 팔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방송이 너무 싫어졌다.

그러다 UV를 통해 창구를 찾은 거 같은데, 그러면서 오히려 방송 활동이 더 늘었다.
유세윤 :
그게 제일 문제다. 그게 제일...
뮤지 : UV를 자유롭게 하는 만큼 형이 나가서 노력을 한다. 나도 안다. 형한테 말한 적은 없지만 옆에서 지켜보고 다른 사람들 얘기 들어보면 형이 묵묵히 다니면서 짊어지고 있어서 안쓰럽다. 만약 나도 형이 지친다고 하면 힘을 실어줄 용의가 있는데 일단 형을 믿고 해보려고 한다.
유세윤 : 방송이 다 싫은 건 아닌데 어떤 건 몸서리치게 안 맞는 게 있다. 전날 술 먹고 가야 할 정도로.
뮤지 : 그것 때문에 너무 힘들어 한다. 옆에서 보면 딱할 정도로.
유세윤 : 남 이야기 하는 건 괜찮다. 내 이야기 하는 게 힘들지. 남 이야기 듣는 것도 이제는... 솔직한 리액션이 아니라 가식적인 리액션이 나오는데, 솔직하게 하면 하나도 재미없고 감동적이지도 않으니까.

그걸 캐릭터로 가리면 덜한가.
유세윤 :
그래서 건방진 도사라는 가면 아닌 가면이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연예계라는 곳이 힘든 걸 수도 있겠다.
유세윤 :
제일 안 맞는 게, 많은 사람들이 그런 얘기를 한다. 강남에서 연예인 많이 만나고 많은 이야기를 쌓아야 방송에서 풀 게 있다고. 그러면 토할 거 같다. 얼굴에다 토하고 싶다. 그래서 나한테 연예인 친구가 별로 없다. 장동민, 유상무... (웃음)

‘옹달샘’ 멤버를 비롯해 그런 몇 안 되는 친구의 기준 같은 게 있나.
유세윤 :
내게 도움을 주는 사람보다는 나를 안 불편하게 하는 사람이 좋다. 가령 내 친구들은 전화해서 ‘옆에 누구 있는데 네 팬이래, 바꿔 달래’ 그런 거 안 한다. 내가 싫어하는 걸 아니까. 그런 걸 말 안 해도 아는 애들이 친구가 되는 거 같다. 특히 ‘옹달샘’은 서로의 단점을 알고 그게 안 바뀐다는 걸 안다. 2, 3년은 ‘이 새끼...’ 이런 게 있지만 (웃음) 이게 안 고쳐지는 걸, 아니까 그냥 안고 간다. 이해해버린 거다.

“‘이태원 프리덤’ 마지막 장면이 기분 좋았다”



뮤지가 유세윤을 신뢰하고 UV 활동을 하는 것에 이런 성격적 면도 영향을 미쳤을까.
뮤지 :
처음에는 형 자체가 남의 말도 안 하고 듣는 것도 싫어해서 남에게 관심이 없는 사람인가 했다. 그런데 그 묵묵함이 계속 지속되더라. 그러면서도 자기 식구만큼은 누가 뭐래도 항상 챙긴다. 친구들이나 오랜 시간 함께 한 매니저에 대한 의리가 정말 대단하다. 그 식구 안에 들어가기가 어렵지만 그 안에서 사랑을 많이 하더라. 그런 모습에서 신뢰를 느꼈다.

그런 면에서 UV의 팬덤이 확장되는 것을 어떻게 보는지 궁금하다. 단순히 덩치가 커지는 게 아니라 UV의 콘셉트를 이해하고 즐기는 사람이 많아지는 건데, 그럼에도 혹 그 커뮤니티가 작았으면 싶나.
유세윤 :
커도 상관은 없다. 유세윤을 좋아하는 사람이 많아도 나서서 팬카페에 가입하는 사람은 없다. UV도 그 정도일 거 같아서 걱정은 안 한다. 좋아하는 사람은 있어도 응원하러 가자는 사람은 없을 거다. UV를 응원가자는 건 싫다.

‘이태원 프리덤’ 뮤직비디오의 마지막 시퀀스가 그래서 인상적이었다. 세트에서 실제 이태원에 나가 사람들에게 둘러싸이는 모습이.
유세윤 :
사실 당시 일본 지진 피해가 너무 심해서 우리가 밖에서 이런 거 찍는 걸 사람들이 좋게 봐줄까 걱정을 했다. 원래 그런 거 신경 안 쓰는데 진영이 형도 있으니까. 그런데 일한이도 이게 진짜고, 세트에서 찍는 건 그 장면을 위해 깔아주는 거라고 해서 그냥 나갔다.
뮤지 : 개인적으로 UV에 대해 걱정했던 게, 세트 안에 있는 인물로만 보이는 거였다. 취미라 해도 우리가 가수는 가수고 음악을 가지고 하는 건데, 모든 가수는 여기 모여 있고 우리만 너무 멀게 세트장에서 UV로 유지될까봐. 그래서 ‘이태원 프리덤’ 마지막 장면이 기분 좋았다. 사람 속에 있는 UV 모습을 보여준 게. 그렇게 먼 사람만은 아니라는 걸 보여준 것 같아서.

둘 모두, 혹은 팬들 역시 UV를 통해 탈출구를 찾고 있는데 결국 진정한 ‘프리덤’을 얻을 수 있을까.
유세윤 :
처음만큼 자유로울 수는 없는 거 같다. 전에는 자유롭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이젠 받아들이고 있다. 받아들이는 게, 제일 좋은 거더라.

PEOPLE > NO.1 2011.04.12

UV│UV, 구곡폭포에서의 인터뷰 비하인드



* 이 사진은 UV가 직접 촬영했습니다

‘가장 음악적이지 않은 장소’라고 묻는다면 어떤 곳이 떠오르는가. UV와의 만남은 이 질문에서 시작되었다. 가장 음악적이지 않은 곳에서 아주 음악적인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유세윤의 바람에서 ‘역시 UV야!’라는 감탄이 절로 나오는 화보와 ‘아니, UV에게 이런 면이?’라는 놀람이 공존했던 이번 인터뷰가 탄생했다. 4월 5일, 청명한 하늘과 기분 좋은 바람이 공휴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더욱 불쾌하게 만든 식목일 정오, 서울 춘천 고속도로를 타고 꼬불꼬불 국도도 한참을 올라가 도착한 강촌 구곡폭포 주차장에서 UV를 만났다.


사진 콘셉트를 설명하자 ‘그래요, 내가 원한 게 이런 거예요’라는 듯 푸앗 웃음을 터뜨린 유세윤은 “칡즙 같은 것도 먹으면서 가야 하는데, 스타벅스 커피인냥”, “관광 온 중국 사람들이 찍는 사진 같은 건 어때요?”라며 적극적으로 아이디어를 낸다. 역시 UV! 주차장 한켠에서 소품으로 준비한 개 인형을 소중히 지키며 UV를 기다리는 동안 지나가는 할머니들이 “아가씨, 어디서 왔어? 개 팔러 왔어?”라고 묻는 말에 어버버 입만 벙긋거릴 수밖에 없었던 부끄러움은 UV의 환대에 사르르 사라졌다.


천재 뮤지션답지 않게 소탈한 UV는 삼삼오오 떼 지어 지나가는 등산객 무리들에 전혀 개의치 않고 주차장 한켠에서 훌렁 옷을 벗고 갈아 입었다고 얘기하고 싶지만 정확히 말하면 그들 중 아무도 UV를 알아보지 못했다! 이럴 수가, 이 시대 최고의 뮤지션 UV도 아직 대한민국 중년 여성들의 하트만은 훔치지 못했구나! 옷을 갈아입고 온 UV를 보고 제일 먼저 묻고 싶었지만 결국 헤어지는 순간까지 묻지 못했던 질문 하나를 여기에 남긴다. “그 싸구려 형광 분홍 레자 잠바랑 만만치 않게 싼 티 나는 패치워크 잠바, 어디서 사셨어요? 완전 멋있어요!”


UV가 개 풍선을 끌며 유유자적 산길을 오르기 시작했다. 어디에나 있는 평범한 등산로에 나타난 장발의 두 남자. 둘을 쫓는 카메라가 없었다면 누군가 111에 간첩 신고를 해도 이상하지 않을 광경이었다. 이 수상하기 짝이 없는 모습에 지나가던 등산객들은 흘끗 돌아보거나 발길을 멈추고 한참을 구경하지만 정작 시선의 주인공인 UV는 제 집 뒷마당인양 자유롭다. 사진 촬영을 마치고 본격적인 인터뷰가 진행된 곳은 등산로 한 쪽에 자리한 식당. 유세윤과 뮤지, 잠시 세상에 놀러 나온 신선 같은 두 남자와의 인터뷰는 은은한 잣 향이 감도는 막걸리 잔을 앞에 두고 감자전과 도토리묵, 그리고 달달한 봄 공기를 안주 삼아 시작되었다. 진지하지만 무겁지 않게 삶을 이야기하는 두 사람과의 헤어져 돌아오는 길에 떠 오른 옛 말씀은 ‘지지자불여호지자, 호자자불여락지자(知之者不如好之者, 好之者不如樂之者)’였다.


뮤지야, 이미지 망가져도 괜찮니? 세윤 兄, 걱정마 아무도 날 몰라

일본 유명 DJ와 앨범 발표, 코믹듀오 UV의 뮤지

술자리서 히트곡 만들어… UV 음악은 늘 즉흥적이죠


"음악적 순수성 같은 건 없어요. 대단한 작품을 남기겠다는 생각도 안 해요. 그냥 음악이 가장 재밌으니까 하는 거죠."

뮤 지션 '뮤지'(31·본명 이용운)의 말이다. 뮤지? 모르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UV의 그 뮤지'라면 '아하' 무릎을 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을 듯싶다. 개그맨 유세윤(32)과 함께 듀오 'UV'를 결성, 지난 한 해 긴 생머리 가발과 가죽재킷을 걸치고 폭소를 불러일으키는 춤과 노래를 선보여 20~30대로부터 폭발적인 사랑을 받았던 그다. '이태원 프리덤'으로 각종 음원 사이트에서 판매 순위 1위를 기록했고, 들어온 광고 제의만 "수십억원 규모였다"고 한다.

UV에선 코믹한 이미지로 다가왔지만 뮤지는 사실 박진영·유희열·정재형·이현도 같은 국내 유명 뮤지션들과 함께 작업해온 10년 경력의 프로듀서 겸 DJ이다. 그가 최근 일본 유명 DJ '프리템포(Free TEMPO)'와 '믹스 아시아(Mix Asia)'라는 프로젝트 그룹을 만들어 일렉트로 음악 앨범을 발매했다.

지난 17일 오후 서울 명륜동 작업실에서 뮤지를 만나 UV 활동에 대해 물어봤다. 그는 "UV의 음악은 늘 충동적이고 즉흥적으로 탄생한다"고 했다. 예를 들어 유세윤이 "음악을 배우고 싶다"고 찾아온 첫날 작곡 기본을 가르쳐준 뒤 그 자리에서 몇 분 만에 만든 곡이 UV의 첫 곡 '쿨하지 못해 미안해'였다고 한다. 히트곡 '이태원 프리덤' 역시 박진영, 유세윤과의 술자리에서 시작됐다. "'런던 보이즈'의 '할렘 디자이어'처럼 색다른 지역을 테마로 곡을 만들기로 했죠. 그게 '이태원 프리덤'이었던 거예요."

코믹듀오 UV의 뮤지가 17일 서울 명륜동 뮤지사운드 작업실에서 선글라스를 쓴 채 포즈를 취했다. /전기병 기자 gibong@chosun.com



일본가수 한자와 다케시와 'Hello Asia' 앨범을 발표한 가수 뮤지 인터뷰. /전기병 기자 gibong@chosun.com

뮤지는 "이렇게 만든 곡만 벌써 30곡이 넘는다. 지금까지 내놓은 곡은 일부"라고 했다. "저는 제가 듣기 위해 음악을 하니까요. 누군가에게 들려주지 않아도 상관없어요."

" 아티스트로서 UV의 코믹코드가 부담스럽지는 않으냐"고 묻자 그는 "난 진짜 좋다"고 했다. "세윤형이 '나는 코미디언이지만 넌 아니잖아. 네 이미지에 괜찮겠니'라고 묻더군요. 제가 정색하고 말했죠. '괜찮아. 아무도 나를 몰라. 내가 무슨 이미지가 있겠어."(웃음)

"중학교 3학년 때 부모님을 졸라 신시사이저를 구입한 후 독학으로 작·편곡을 공부했다"는 그는 2001년 프로듀서로 대중음악계에 발을 들였다. 클럽 DJ, 프로듀서, 밴드활동뿐 아니라 '생계용'으로 광고 음악이나 게임 음악 제작도 했었다.

최근 발표한 '믹스 아시아' 앨범은 뮤지가 '뮤지션'으로서의 역량을 충분히 발휘한 앨범이라는 평을 듣고 있다. 그는 "UV 스타일의 '웃기는 음악'과는 다른, 클럽에서 들을 수 있는 정통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담았다"며 "2월부터는 앨범 발매를 기념해 일본을 시작으로 아시아 투어 콘서트를 떠날 예정이다"라고 했다. "어떤 음악을 하는지가 중요하진 않아요. 어차피 내가 만든 곡인데 제 색깔이 어디 가겠어요. 뭘 할지는 제 동물적인 감각이 이끄는 대로 선택해요. 다른 건 몰라도 음악만은 제멋대로 할 수 있어서 행복합니다."

[심현정 기자 hereiam@chosun.com]



뮤지 “우리 음악은 유희… 10억 CF도 거절”


음악 프로듀서 뮤지가 16일 서울 명륜동 작업실 뮤지사운드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태원 프리덤’ 등 UV의 대표작이 이 작업실에서 제작됐다. | 정지윤 기자

ㆍ‘UV’ 멤버 DJ 뮤지

‘예쁘게 아름답게 헤어져놓고/ 드럽게 달라붙어서 미안해/ 합의하에 헤어져놓고/ 전화해서 미안해….’(UV의 ‘쿨하지 못해 미안해’ 중)

개 그맨 유세윤(32), 작곡가 뮤지(이용운·31)로 구성된 남성듀오 UV(유브이)의 노래는 늘 이런 식이었다. 고상하거나 품위있는 음악과는 애초부터 거리가 있었다. UV는 모든 게 예상밖이었다. ‘인천대공원’ ‘집행유애’ ‘이태원 프리덤’ 등 만드는 노래마다 인터넷에서 열광적인 반응을 불러냈다.

힘께나 쓴다는 가수 박진영, 정재형, 유희열, 이현도 등이 UV와 공동으로 노래를 내기도 했다. 어지간한 국내 록밴드들조차 퇴짜를 놓는 지산록페스티벌도 UV를 무대로 불러들였다. 보기드문 ‘B급 가요’의 반란은 그렇게 시작됐다. “에잇, 우리를 누가 뭐라 그러겠습니까. UV의 시작 자체가 그저 취미로 미니홈피에 노래를 올리는 거였는데요.”

지난 16일 서울 명륜동에 위치한 뮤지의 작업실 ‘뮤지사운드’. 정색을 해야 하는 인터뷰에 좀처럼 응하지 않았던 UV의 프로듀서 겸 멤버 뮤지가 작업실 문을 열고 그 사이 있었던 이야기를 하나둘씩 들려줬다.

뮤 지는 동아방송대 출신 지인들과 어울리면서 유세윤을 만났다. 뮤지는 “2010년 봄쯤, (유)세윤형이 음악을 배워보고 싶다고 해서 작업실로 한번 놀러오라고 했다”며 “내가 피아노를 치면서 아무렇게나 흥얼거려 보라 그랬더니 (유세윤이) 즉흥적으로 노래를 불렀다”고 그때를 묘사했다. 당시 즉석에서 녹음해둔 게 지금의 노래 ‘쿨하지 못해 미안해’다. 며칠 후 유세윤이 미니홈피에 녹음분을 올렸고 인터넷이 달아올랐다.

뮤지는 “이후 제안이 들어온 CF 모델료만도 족히 10억원은 넘어갈 것”이라며 “모를 테지만 우리 두 사람은 모든 제안을 힘들게 물리쳐야 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놀이에서 출발했던 UV가 상품으로 연결되는 것이 지독히도 싫었다”며 “돈도 마다할 줄 안다 싶어 스스로가 기특해했다”고 덧붙였다.

좌 중을 움켜쥘 수 있었던 배경은 뭘까. “열심히 음악 만드는 사람들에겐 죄송하나 애초 UV는 좋은 작품이나 노래를 만들려고 했던 팀이 아니랍니다. 마냥 유희하고 싶었던 솔직한 의도가 사람들과 통했던 게 아닐까요. 음악의 목적 중엔 유희가 분명 포함될 터이지요. 우리 말고 누가 가사에 ‘합의하에 헤어져놓고’ 이런 문구를 쓰겠습니까.”

생각보다 알려진 게 없었던 뮤지는 10년 전 가수 문명진의 노래를 편곡하는 일로 작곡계에 발을 들였다. 중3 때 신시사이저를 보고 부모를 무작정 졸라 산 것이 지금에 이르렀다. 방문한 스튜디오엔 과거 그가 썼던 수십여점의 신시사이저가 빼곡했다.

뮤지는 이후 리치, 화요비, 메인스트림 등 일반 대중가수들의 프로듀서로, ‘DJ 뮤지’라는 일렉트로닉 DJ로 활동했다.

뮤지가 지산록페스티벌에 초대된 건 UV로서가 처음이 아니었다.

UV 에 앞서 2007년 조직한 일렉트로닉 펑크밴드 ‘하이사이드’로 페스티벌에 참가했다. 하이사이드는 밴드 ‘베일’ 출신의 건반주자 김민섭, 밴드 ‘지플라’ 출신의 드러머 정수영 등 실력 뮤지션과 뭉쳐 만든 팀이다. 뮤지는 “하이사이드 역시 목적없이 마냥 모여 음악을 했던 팀”이라고 소개했다.

엄밀히 말하면 뮤지는 현재 하이사이드에도, UV에도 소속돼 있다. 그는 “어차피 둘 다 계약을 하고 시작한 일이 아니었으니 해체도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UV의 운명에 대해선 “즐겁지 않으면 그만두게 될 것”이라고 했다.

뮤 지는 최근 또 하나의 팀을 만들었다. 일본 일렉트로닉 DJ계의 유명인사인 ‘프리템포’와 만든 프로젝트팀 ‘믹스아시아’(Mix Asia)다. UV의 코믹함은 사라졌고, 짐짓 진중한 일렉트로닉 계열의 음악이 펼쳐진다. ‘헬로우 아시아’ 등 몇 개의 트랙은 유럽 뮤지션과 견줘볼 만하다.

믹스아시아는 한·일 양국 프로듀서 간의 협업이란 점에서 의미가 있다. 뮤지는 프리템포에게 이런 메일을 발송했다고 말했다. ‘이걸로 큰 수입이 생길 거라곤 생각하지 않아. 너라는 사람과 재밌게 놀았으면 해. 기한을 정하거나 일정을 잡지 말고 그저 신나게 음악을 주고받자고.’

어느 파트를 누가 맡을지, 노래는 누가 부를지 정해놓은 건 아무것도 없었다. 앨범이 완성될 때까지 서로의 얼굴을 본 적도 없다. 오직 메일을 통해 음원이 오고갔고, 트랙이 완성됐다. 뮤지는 “탁구게임 같았다”고 말했다.

계산된 음악을 되레 경계하는 작곡가들은 많다. 뮤지 역시 그런 축에 든다. 하이사이드, UV, 믹스아시아 등 뮤지의 팀 모두에게서 즉흥적인 성향이 공통으로 발견된다.

“저는 또한 경계선을 좋아하는 사람인가 봅니다. 오버와 언더, A급과 B급 그 사이가 참 좋더라고요. 음악, 그리 거창한 일 같진 않아요. 대화하며 섞이는 것, 그런 것과 다르지 않다 싶은데….”

<강수진 기자 kanti@kyunghyang.com>
Posted by 木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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