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서 내려온 천사의 모습은 어떤 것일까. 빔 벤더스 감독의 <베를린 천사의 시>(1987)를 통해 지상에 내려앉은 천사의 모습은 일반적으로 그려지는 천사의 그것과는 사뭇 달랐다. 천사의 상징이라 할 날개를 갑옷에 붙이려는 시도가 행해지는 등 제작팀의 여러 시행착오가 이어졌지만, 정작 화면에 포착된 것은 천상에서의 공기처럼 가벼운 날개가 지상에 이르러 인간을 꼭 빼닮은 형상으로 전환되는 경이로움 자체였다. 중력의 속박을 벗어난 듯한 카메라는 감추어진 천사의 날개를 달고 도시의 곳곳을 부유한다.

트릭 효과를 사용한 이 장면은 카메라 앞에 거울을 설치하고 천사 역을 맡은 배우와 대역이 스튜디오의 다른 부분에서 똑같은 옷을 입고 서서 서로 거울에 반사되는 것을 촬영해야 한다. 대역은 날개를 달지만, 천사 역을 맡은 배우는 그렇지 않다. 조명의 사용으로 어둠 속에서 날개는 비춰졌다가 곧 사라지게 된다. 촬영감독 앙리 아르캉은 <미녀와 야수>(1946) 이래 여러 작품에서 이 방법을 행해왔다. 적잖은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이 방식이 첨단기술을 동원한 후반작업에서의 조작술보다 감정을 보다 깊이 전달한다는 건 일종의 경이다.

Posted by 木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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