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역사, 기억이란 그런 것일까?
특히나 한국만큼 서울만큼 과거의 기억(물질적인 것이든 정신적인 것이든)을 잊어버린 곳에서는 더욱 절실하다.
일본은 그 역사를 지우기 위해 도심을 헤집어 놓았고, 한국은 발전에 눈이 멀어 도심을 헤집어 놓았다.
안 그래도 일제시대-남북전쟁-개발독재로 끊임없이 이어지는 급변하는 시대에 사는 우리는 전통이라는 게 무엇인지
생각해 볼 겨를조차 없이 살았다. 할아버지 대의 삶과 아버지 대의 삶과 나의 삶은 전혀 달랐다.
계승되는 공통의 정신적 기반은 너무도 희미했다. 제사와 명절 때만 자취를 찾아볼 수 있는 유교적 전통 정도?
세상은 너무 빨리 바뀌는데, 우리는 그 어떤 기준점도 찾을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런 와중에 거의 박제된 형태로나마 살아 있던 남대문마저 너무도 쉽게, TV로 생중계되는 와중에 불타 버렸다.
정말 후진국적이면서도 21세기 한국의 정신적 풍경에 너무도 잘 어울리는 물질적 풍경이다.
(더더군다나 그 직접적 원인 중의 하나는 청계천처럼 이명박의 전시행정의 결과였다.
남대문을 시민에게 돌려준답시고 광장을 만들면서 집회를 방지하려 어울리지도 않는 나무를 심고,
경비에는 소홀히 하는 전형적으로 한국적인 사건!!!)
역사와, 선조들과의 연결고리일 뿐만 아니라 희미하게나마, 잘 보이지는 않지만 동시대의 한국인들과의 연결고리이기도 했던 남대문이 불타 버린 것이고, 우리는 더욱 쓸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