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대로 아름답다. 자신에게 주어진 모습 그대로가 아름다움이라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그런 인생의 길로 나아가기를 바랍니다. 봄에 새잎 나는 것도 예쁘지만 여름에 무성한 것도 보기 좋고 가을에 알록달록 단풍지는 것도 보기 좋습니다. 머리가 희끗희끗 얼굴이 쪼글조글 이렇게 늙어가는 단풍도 너무 너무 예쁘다 이것을 아셔야 합니다. 또 떨어져서 가랑 잎이 되어 발아래 밟히는 그것도 좋습니다. 그러니 자신에게 주어진 모습 그대로가 아름다움이라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그런 인생의 길로 나아가기를 바랍니다. 이런 것이 열반입니다.



기분이 늘 우울해요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트위터로 보내기

정토 출판 2007.01.26 14395




    

저는 눈치를 많이 보는 편이고 거기다가 화가 나면 말을 못해요. 화를 내면 그 사람하고 관계가 나빠지는 것을 감당 못하거든요. 그리고 상대방에 따라서 제 기분이 많이 좌우돼요. 그 사람이 화를 내면 제가 안절부절못하고 그 사람이 기분이 좋으면 ‘다행이다’하는 생각이 들거든요.

첫 번째, 우울증은 몸의 컨디션과 관계가 있습니다. 잠을 잘 못자거나 소화가 안 되거나 아니면 변이 잘 나오지 않거나 할 때 심합니다. 그래서 변비약을 먹거나 굶거나 또는 관장을 하여 장이 잘 세척되면 증상이 좀 완화되기도 합니다. 두 번째로 우울증이 있다는 것은 지금 바깥 경계에 많이 좌우된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자기 내면에 자기가 잘났다하는 어떤 상을 쥐고 있기 때문입니다.

남편은 어떤 사람이어야 한다든지 우리 아이는 어떻게 되어야 한다든지 하는 상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마음속에 그리고 있는 상은 현실의 모습과는 늘 차이가 있습니다. 차이가 벌어지면 벌어질수록 남편을, 자식을, 자기를 미워하고 싫어하는 증상이 생깁니다. 이게 바로 자기가 그려놓은 상에 그 사람을 끼워 맞추려는 것에서 비롯됩니다.

그런데 내가 나를 바꾸려고 해도 잘 안 바뀌는데 상대가 쉽게 바뀌겠어요? 그러니까 미워하게 되고 미워하는 게 지나치면 보기가 싫어집니다. 보기 싫어지는 것은 헤어지고 싶은 것입니다. 그런데 가족관계이거나 헤어질 수 없는 상황이 되면 서로 안보는 방법을 생각하다가 죽여 버리겠다는 생각을 일으키게 되는 것입니다. 미워하는 것과 살인은, 행위로 따지면 매우 큰 차이가 있지만 마음에서는 별 차이가 없습니다.

살생 죄업을 참회하라하면 여러분은 ‘내가 언제 사람을 죽였나’하고 생각하는데 미워하는 것이 이렇듯 죽여 버리는 것과 다를 바 없는 것입니다. 그리고 상대의 행위가 내가 그려놓은 상과 차이가 크니까 늘 상대에 민감하게 대응하고, 자기 자신에 대해서도 자기가 그려놓은 상과 실제의 자기의 차이가 커지니까 현실에 있는 내가 너무나 꼴 보기 싫은 거예요. 그럴 때 가장 소극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 부끄럽다는 것인데 이것은 일종의 정신질환에 속합니다. 부끄러움이 심해지면 남을 만나지 않으려는 심리 현상이 일어나는데. 그것이 심하면 우울증 초기 증상이지요. 더 심해지면 자기가 싫어지고 죽어 버리고 싶어지지요. 그래서 자살을 하게 됩니다. 자기를 미워해서 자기를 죽여 버리는 살인 행위가 자살이지요.

일반적으로 우울증에 걸리면 두 가지 현상이 일어납니다. 자기를 너무 높게 상정해서 생긴 것이므로, 하나는 자기가 못났다는 하는 피해 의식이고, 다른 하나는 자기가 잘났다하는 우월의식입니다. 이 피해망상과 과대망상은 늘 같이 일어납니다. 그러니까 이럴 때일수록 대인 관계를 넓히는 것이 좋습니다. 그래야 자기에게 사로잡히는 데서 벗어날 수 있는데, 우울증에 빠지면 자꾸 대인 관계를 기피하게 되니까 증세가 점점 더 심해지죠. 수행이라는 것이 자기가 부처 되는 것인데 정신병은 자기 주체를 상실해 버린 것이니까 치료하기가 무척 어렵습니다. 그러니 옆에서 이것을 포용해서 도와줘야 하고 내면의 피해 의식이 어느 정도 사라져야 합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먼저 본인은 자신이 별것 아니라는 것을 자각해야 됩니다.

그런데 정신질환이 있는 사람이 이 이야기를 들으면 또 열등의식에 사로잡힙니다. 자아를 높이 설정해 놓으니까 현실에 있는 내가 보기가 싫어서 열등의식이 되는 것이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일단 이 허상을 버려야 합니다. 그것만 놔 버리면 부끄럽다든지 창피하다든지 하는 생각은 다 없어지게 됩니다. 이것을 치료하는 방법으로는 엎드려서 절하는 것이 제일 좋습니다. 엎드려서 절을 하면서 자신이 길가에 핀 들풀 같은 하찮은 존재임을 알게 되면 자아 분열이 치료됩니다. 그리고 바쁜 자기 일거리가 있어서 육체노동을 많이 하고 피곤해서 곤하게 자면 금방 치료가 됩니다. 돈 버는 일이 아니더라도 자기 인생을 개척하고 애쓸 일이 있는 것이 좋습니다.


                                                       법보신문 886호 [2007-01-24]


Posted by 木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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