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태안 기름유출 피해지역 암 역학조사


○ “암 발생 증가” 주장에 역학조사

태안군 소원면 파도리 주민들의 암 발생이 기름유출 이후 크게 늘었다는 주민들의 주장에 따라 태안군보건의료원이 19일 특별 역학조사에 나섰다. 의료원에 따르면 기름유출 이후 마을주민 630여 명(330여 가구) 가운데 15명 안팎이 암에 걸렸다고 주민들이 주장하고 있다. 주민들은 “환자 대부분이 사고 당시 장기간 방제작업을 했고 특히 고압세척기 방제에 참여했다”며 기름유출 사고와의 연관성을 제기하고 있다. 보건의료원은 일단 주민 수에 비해 암 환자의 비율이 높다고 보고 역학조사에 나섰다. 의료원은 지난해 태안군민 1만여 명에 대해 기름유출 사고에 따른 역학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의료원 관계자는 “유해물질에 노출된 이후 알레르기와 천식 등은 금방 증상이 나타나지만 암은 유전자 변형으로 종양이 생기고 이 종양이 악성으로 발전해야 하는 만큼 최소 5년 이상 지나야 연관성을 알 수 있다”며 “하지만 주민들이 걱정하는 만큼 질병가족력 등 다방면으로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기름유출사고 이후 태안주민 암 발생률 높아져"

태안 주민과 군인, '산화스트레스' 나타내는 8-OHdG, MDA 농도 높아

태안 기름유출사고 이후 인근 주민의 건강상태를 조사한 결과, 호흡기와 폐손상 증상과 유전자 변형이 나타났다. 기름방제작업에 장기적으로 참여했던 군인과 자원봉사자도 건강 이상증세를 보였다.

환경부 산하 환경보건센터는 15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태안 기름유출사고 이후 주민 건강영향관리 토론회를 열었다.

발제자로 나선 노수련 태안환경보건센터 팀장은 "기름유출사고 이후 피해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8-하이드록시-2'데옥시구아노신(8-OHdG) 농도를 조사한 결과, 5.61㎍/g-크레아티닌으로 나타났다"며 "이는 폐광산 지역 주민보다 약 2배, 일반인보다 약 3배 높게 나타난 수치"라고 말했다.

이는 태안주민 체내세포가 유전자 손상과 DNA 변형을 일으켜 암을 유발할 확률이 높다는 의미이다. 8-OHdG 농도는 주로 세포조직에 염증이 일어나는 '산화 스트레스'를 나타내는 지표로 체내 DNA 손상 정도를 나타낸다. MDA는 세포막의 지질과 활성산소가 반응해 만들어지는 지질 과산화물이다. 이 물질은 세포막과 DNA에 장애를 일으킨다고 알려졌다.

하미나 단국대 의과대학 교수는 "스페인에서 2002년 발생한 프레스티지호 기름유출사고 이후 기름에 노출된 주민은 호흡기 이상과 유전자 변화가 발견됐다"며 "체내 유전자가 손상되면 암 발생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밝혔다.

태안에 거주하는 아동은 기름에 노출된 뒤 천식 등 호흡기 질환을 앓는 아동 수가 다른 지역보다 많았다. 지영구 단국대 의과대학 교수는 "태안 기름유출사고지점과 가까운 곳에 거주할수록 천식을 앓는 어린이 천식 유병률이 높게 나타났다"며 "어린이가 원유 독성에 노출되면서 호흡기와 폐가 약해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기름유출사고 이후 자발적으로 기름방제작업에 참여했던 자원봉사자들의 건강상태 역시 좋지 않았다. 정해관 성균관대 의대 교수는 "유류오염 초기에 방제 작업량이 많았던 태안자원봉사자의 8-OHdC와 MDA 농도가 모두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유출사고는 일회성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몇 십 년에 걸쳐 직·간접적으로 후유증이 나타난다"고 말했다.

이어 "인근 주민뿐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 유출된 원유에 오염된 해산물을 몇 십 년씩 먹게 된다"며 "정부는 중장기적으로 포괄적이고 환경 피해자를 구제하고 보상할 환경오염피해구제법을 제정해야한다"고 지적했다.

태안 암환자 속출은 ‘무관심’에 대한 피 끓는 외침

마이데일리 | 박엘리 | 입력 2010.03.20 08:31

 
충남 태안 소원면 파도리에서 과거엔 암 환자가 1~2명 정도였는데 기름유출 이후 확인된 암 환자가 14명 정도로 크게 늘었다고 문제제기 된 이후 기름유출과 암 발병과의 연관성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파도리는 358세대가 거주하고 있고 총 인구는 817명이며 현재 암으로 입원 중인 주민은 3명이고 암 진단을 받고 집에서 통원 치료 중인 주민은 11명 정도다.

파도리 최장렬 어촌계장은 고압세척기로 방제작업을 하면 헝겊 마스크에 거즈 손수건을 하나 앞에 대고 쏘게 되는데 기름이 분쇄가 돼 결국 쏜 사람이 다 마시게 된다고 말했다.

 

 

 

 

또한 파도리는 다른 지역과 달리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어 지도를 보면 항아리 모양으로 돼 있는데 내륙에서는 바람이 불면 기름냄새가 항상 뱅뱅 돌고 있었다는 증언도 이어졌다.

최 장렬 어촌계장은 "생존해 있는 사람 중 암 환자가 14명이지 2년 동안 사망한 주민은 32명으로 그 중 방제작업에 참가했던 사람은 20명이나 된다"며 "특히 기름 유출 이전에 1년에 암환자가 1~2명 있었지만 기름 유출 이후에는 4~50대의 젊은 나이에도 암 발병이 늘고 있다"고 문제제기했다.

이에 대해 환경부는 주민들에게서 발병한 암의 종류는 피부질암, 위암, 전립선암, 뇌암, 폐암 및 골수암 등 질환자별로 각기 다양하며 기름성분 흡입으로 발병 가능한 폐암환자는 2명에 불과하다며 기름유출 사고가 암환자 발생에 영향을 줬다고 단정하기는 현실적으로 무리라는 입장이다.

일반적으로 화학물질에 노출된 지 5~10년이 지나야 암 등의 질병이 발생하는 것이 통상적인 의학소견인만큼 원인파악이 우선이라는 것이다.

국립암센터 암예방검진센터 명승권 교수는 이에 대해 "암은 급성질환이 아니기 때문에 최소한 발암물질에 노출되고 진단할 수 있는데까지 걸릴 수 있는 시간이 긴 것은 맞다"며 "암 발생이 늘어났다면 충분히 문제제기를 할 수는 있지만 2년 전에 비해 사람들이 건강에 대한 관심이 더 높아져 진단율이 높아졌을 가능성도 있으므로 기름유출 때문인지는 역학조사를 해봐야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 문의들은 하나같이 암이 발생할 가능성은 충분히 있지만 기름이 원인인지 증명하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암을 유발할 수 있는 위험물질은 각종 음식물, 흡연, 음주, 대기중 등 다양하기 때문에 단 하나의 원인이라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 지만 중요한 것은 기름 유출이 정말 주민들에게 암을 일으켰는지 아닌지가 아니라 보상도 받지 못하고 심지어 방제작업 때 근로자로 고용됐지만 노임도 못 받고 있는 등 주민들의 고통이 극에 달한 가운데 이런 문제가 제기 됐다는 것이다.

기름 공화국 우리나라에서는 그간 수없이 유출사고를 반복해오면서 얻은 교훈들은 '사고발생시 우선 발뺌하기'와 '전 국민이 힘을 합쳐 봉사활동에 참가해 바다를 살리기', '건강에 미친 영향은 조사해봐야 알 수 있음'이었다.

지난 1월24일 2년 전 기름유출사고의 주범인 '삼성중공업'에 대한 56억원의 책임제한 결정 2심이 서울고등법원을 통과했다. 56억 원으로는 2년간 1퍼센트도 보상받지 못한 채 방치돼 있는 피해 주민들에게 단 돈 만원도 주지 못한다.

지 난 2007년 기름유출사고로 피해를 입은 피해민연합회 위원장이었던 성모(53)씨는 반지하 자택에서 넥타이로 목을 매 자살했다. 자살의 원인으로는 성 씨가 파도리에서 양식장을 운영했지만 기름유출로 큰 피해를 입었고 적당한 보상을 받지 못했기 때문으로 경찰은 추정했다.

이렇듯 피해주민들은 아직도 '검은 공포'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 채 피눈물을 흘리고 있지만 정부에서는 연구 용역 예산을 줄이는 등 넋 놓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이 에 대해 최장렬 어촌계장은 "병원비가 몇 천만 원씩은 예사로 들어가도 배상을 해주는 것이 아니며 정부가 40억이나 들여서 역학조사를 한다고 하는데 사람이 죽어 나가든 말든 역학조사만 계속 하고 있다"며 "역학조사는 암환자 데려다놓고 물어보고 나서 글씨 쓰는 게 다인데 시프린스호 때 조사를 안 하고 뭐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단국대 의대예방학교실 하미나 교수는 "시프린스호 기름유출 때는 역학조사가 전혀 없었고 이제 10년이 넘었으니 지금쯤 역학조사를 다시 할 필요가 있다"며 "주민들이 이런 주장을 하는 이유도 앞으로 문제가 될 것이기 때문이며 장기적으로 내다봤을 때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어 하 교수는 "태안 환경보건센터도 정부 지원을 받고 있지만 사업비가 없고 겨우 운영비 정도 밖에 충당하지 못하고 있으며 1단계 사업이 끝나가지만 계속지원도 불투명한 상황"이라며 "앞으로 암발생에 대한 예방과 건강대책을 본격적으로 세워야 하며 장기적으로 조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환경부 환경보건정책과 백운석 과장은 "그간 암 과의 연관성에 대한 연구는 진행한 적이 없으며 이번에 새롭게 대두된 것이기에 개연성이 있는지를 먼저 파악하는 게 급선무이며 만약 개연성이 있다면 거기에 맞는 역학조사를 위한 설계를 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태안기름유출사고는 현재 진행형”... 기름유출사건의 진실과 거짓

지금 태안에선 2011/12/09 11:36 김동이

[서평] 엑손밸디즈호 기름유출사건을 다룬 ‘바다가 죽은 날’

“서해안 기름유출사고는 겉으로 잘 마무리된 것처럼 보이지만, 청소(방제)작업에 참여했던 자원봉사자들과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까지 잘 처리되었다고 장담할 수 있을 지 의문이다. 현재에도 지역주민의 경제적 피해는 물론 건강상의 피해에 대한 호소가 계속되고 있다.”

태안원유유출사고 4년을 앞두고 소나무 출판사가 펴낸 ‘바다가 죽은 날’은 이같은 의문을 던지며 태안원유유출사고가 ‘벌써 4년’이 아닌 ‘아직 4년’임을 일깨워주고 있다.

지금으로부터 22년 전인 1989년 3월24일 자정 무렵 알래스카의 청정지역 프린스윌리엄사운드에서 발생한 엑손 밸디즈호 기름유출사고 발생 이후 현장에서 직접 발로 뛰며 재판기록, 방제작업에 참여한 사람들 인터뷰, 건강 및 생태계 장기 모니터링 등 미국의 해양독성학자이자 어부인 리키오트 박사의 15년간의 기록을 담아낸 이 장대한 보고서는 이제 막 4년을 지난 태안에 시사해주는 바가 크다.

‘엑손 밸디즈호 기름유출사건의 진실과 거짓’이라는 부제의 ‘바다가 죽은 날’을 번역한 강윤재, 조아라 역자는 “이 책이 서해안 기름유출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번역되었다면 돌격대식의 방제작업이 아니라 작업자의 건강과 생태계의 피해를 충분히 고려하는데 한몫 했을 것이란 점에서 아쉬움이 크다”고 말할 정도로 이 책은 지금도 끊임없이 힘겨운 싸움을 이어가고 있는 태안이 주목해 봐야 할 보고서임에는 틀림없다.

역자들은 또 “이 책이 보건의료, 환경, 사회·경제적 피해 등에 관한 장기적이고 종합적인 연구와 함께 향후 유사 사고에 대비할 수 있는 체계적인 정책 수립의 단초를 제공해 줄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태안 기름 유출 4년, 기름 공포는 이제 시작

“마스크도 없고, 장화도 없이 그냥 운동화를 신고 방제작업에 참여했다. 당시에는 몸을 보호해야 한다는 생각을 전혀 못했다. 몇 시간 방제작업을 하고 나니, 속이 매스껍고, 어지럽고, 몸에 이상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지원물품을 찾았지만 의료지원 장비도 없고, 의약품도 없었다. 모두가 기름의 독성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었다.”(허베이스피리트호 기름유출사고 방제작업 참가자)

2007년 12월 7일 홍콩선적 허베이스피리트호와 삼성중공업 해상크레인을 적재한 삼성1호의 충돌로 원유 12,547㎘가 유출되면서 태안 앞바다와 해변, 인근 섬에서 멀리 전라도까지 피해를 입혔다. 언론을 통해 이 소식을 접한 사람들은 검은 기름에 뒤덮인 바다를 살리기 위해 성금을 모금하고 자원봉사자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었다.

그 후 4년. 사고는 점점 잊혀져가고 피해보상은 지지부진하며, 제대로 된 조사와 향후 예방책 또한 찾아 볼 수 없다. 이에 태안을 비롯한 서해안 10개 시군 피해지역 주민들은 지난 7일 사고 4년을 맞아 가해기업 삼성과 대정부를 향해 서울 서초동 삼성본사와 과천정부청사에서 억울하고 피맺힌 절규를 쏟아내기도 했다.

지지부진한 피해배보상, 법적 책임만으로 사건을 해결하려는 부도덕한 삼성과 무관심한 정부... 기름유출사고가 4년이 지나는 동안 태안 소원면의 바닷가 자그만 마을에서만 19명의 암환자가 발생했고, 계속되는 생활고와 억울함을 억누르지 못해 4명의 피해민이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허베이스피리트호 사고 후 불과 4년. 기름 유출에 따른 인체 건강?생태 환경적 피해는 이제 겨우 시작되었을 뿐이다. 보호 장비 없이 청소작업에 동원된 120만이 넘는 자원봉사자들의 건강문제는 누가 책임질 것인가? 무엇보다 기름유출과 관련된 장기적인 피해조사를 전담하는 국가기관이 제대로 운영되고 있는가? 갑자기 닥친 불행이었지만 국민들의 자발적이고 신속한 대응으로 잘 처리된 사건으로 묻어버려도 되는가?

이제 20년의 시간을 거슬러 태평양 너머 알래스카 프린스윌리엄사운드에서 일어난 엑손 밸디즈호 사건을 찾아 가보자. 사상 최악의 재난으로 바다 생태계와 사람들의 건강 그리고 지역의 사회·문화와 경제 등 모든 것을 송두리째 빼앗긴 그 현장에서 서해안 기름유출사고의 해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사건 속으로 들어가본다.

엑손 밸디즈 호 기름 유출, 15년의 대기록

▶초기 노출: 피부 발진, 두통, 기침, 눈과 목의 따가움, 메스꺼움, 등과 다리의 통증, 가쁜 숨
▶과다 노출: 화학물질 과민증, 우울증, 폐렴, 생식 및 태아 손상, 간과 신장 손상, 혈액 손상, 건망증, 집중력 장애, 방향감각 상실, ‘독성으로 유발된 내성의 상실(TILT)’ 등 유발

이상의 질병은 엑손 밸디즈 호 기름 유출 방제 작업자들에게 나타난 여러 질병 중의 일부이다. 이 책의 저자인 미국의 해양독성학자이자 어부인 리키 오트 박사는 1989년 알래스카에서 발생한 기름 유출 사고의 현장을 직접 발로 뛰며 느낀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당시 방제작업에 참여했던 사람들을 인터뷰하고, 그들의 건강과 생태계에 미친 영향을 장기간 추적하면서, 관련 재판 기록을 비롯한 방대한 자료를 수집하여 얻은 결과를 충실히 담아낸 장대한 보고서를 펴냈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기름 유출 연구는 이전의 그 어떤 연구보다도 규모가 크고 장기간에 걸쳐 이뤄졌으며 많은 비용이 들어간 연구였다. 연구 결과, 석유는 기존의 예상보다 훨씬 오랫동안 남아서 생물에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매우 낮은 농도의 석유라도 장기간 노출되면 야생 생물에게 치명적 손상을 입힐 수 있음을 밝혀내었다. 이 기간 동안 해양 기름 오염 연구에서 ‘오랫동안 엄청나게 큰 영향을 미칠 논문들’이 작성되었다.

최악의 기름 유출, 바다와 인간을 덮치다

미국에서 생산되는 석유의 25%가 알래스카를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송유관을 통해 밸디즈 항에 도착하면 수많은 유조선에 실려 바다로 나가게 된다. 밸디즈 항은 잦은 유조선 입출항, 거대화와 동시에 노후 되어가는 유조선으로 기름 유출의 위험이 매우 높은 곳이었다.

1989년 3월 24일 자정을 조금 지난 시각, 알래스카의 아름다운 바다 프린스윌리엄사운드 해협에서 최악의 유조선 기름유출 사고가 발생했다. 엑손 밸디즈 호가 암초와 충돌하면서 약 3,000만 갤런(엑손사 1,100만 갤런 주장)의 기름이 유출된 것이다.

수천 마리의 해양 포유류, 약 30만~67만 마리의 해양 조류, 수백만 마리의 어류가 피해를 입었다. 또한 이미 벌어진 일을 처리하기 위해, 청어 어장을 보호하고 연어가 돌아오기 전에 기름을 치우기 위해, 그리고 그것이 가능하리라 믿었던 어민과 방제 작업자들의 건강은 되돌리기 어려운 지경이 되었다.

엑손 사의 비밀과 거짓말

기름 유출 초기 방제 작업자들은 기름의 유해성에 대한 정보와 방제작업 중 안전에 대한 사전 교육을 제공받지 못했다. 또한 방제 작업자의 건강은 솔벤트, 이니폴, 심플그린, 코렉시트9527 같은 치명적인 화학 세척제의 무분별한 사용으로 더욱 심각하게 위협받았다.

이 물질들은 몸 안에 쌓이면서 면역체계 이상과 암을 유발하게 된다. 문제는 엑손 사가 기름 제거 대책과 안전 관리 프로그램의 부실에 대해 책임을 회피하고, 오염에 따른 생태계 조사와 인체 질병에 대한 연구 결과를 왜곡시켰다는 점이다.

또 중요 정보에 대해 비밀보호 조항을 적용하여 정보공개를 차단했다. 그 결과 질병의 원인에 대한 애매한 결론으로 병에 걸린 노동자들에 대한 정당한 손해보상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눈가림에 급급한 청소작업의 부작용은 바다 생태계에도 매우 치명적인 결과를 남겼다. 기름 제거에 효과적이라는 이유로 고압의 온수를 살포하여 일차적인 기름 오염의 피해에서 간신히 살아남은 생물들을 삶아 죽이는 결과를 가져왔다.

그 결과 15년이 지난 후 조사에서 깨끗하게 정화된 고압 온수 세척지역에서는 생태계의 완벽한 박멸 효과로 오히려 회복속도가 더디게 나타났다. 해변 모래 속의 잔류 기름은 서식지 오염, 먹이 오염, 먹잇감 종의 감소로 많은 생물들에게 지속적인 위협을 가하고 있다.

사고 후 15년이 지난 조사에서 흰줄박이오리, 점박이 바다표범, 범고래 등은 전혀 회복되지 않고 있다. 또한 먹이사슬의 근원종인 청어의 개체 수는 이전의 15%로 줄어들면서 어류, 조류, 포유류의 생존에 심각한 위협을 가하고 있다. 그 결과 사운드만 생태계는 황폐해져 있고 앞으로도 오래 지속될 것이다.

반복되는 엄청난 참상, 왜 배우지 못할까?

이 책은 알래스카의 비극적인 기름 유출사고의 참상을 알려줌과 동시에 사고 4년을 맞는 태안에 교훈을 던져주고 있다.

「▲유해물질 관리기준을 엄격히 세우고 작업자의 안전과 비상대응지침을 잘 수립해야 한다. ▲기름 유출의 장기적인 건강영향평가와 생태계조사를 통해 최대한 빨리 원상회복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점점 심각해지고 있는 기름을 비롯한 각종 유해 화학물질에 대한 안전대책을 세워야 한다. ▲이런 참사를 벌인 기업에 철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이 책은 허베이스피리트호 기름 유출이라는 최악의 유류 사고를 겪고서도 제대로 된 피해조사와 대책이 전무한 우리의 현실에 경종을 울려주는 보고서이며, 우리에게 기름 유출 연구의 아이디어를 풍부하게 제공해주는 매우 유용한 책이다.

책 ‘바다가 죽은 날’과 같이 태안원유유출사고와 관련해 앞으로 더 많은 연구들이 진행되고 대중에게 공개되어야 할 것이며, 개인적으로는 기름유출사고 초기에서부터 4년이 흐르기까지 생생한 경험담과 연구결과 등 전문 연구기록까지 세세하게 기록된 태안기름유출사고 보고서가 출간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 바다가 죽은 날/소나무출판사, 리키오트 지음/강윤재ㆍ조아라 옮김, 2011.11.10, 25,000원


Posted by 木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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