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사회부 기자 “난 기사쓰는 기계였다”
반성문 쇄도 “우리 뉴스 봐도 가슴이 뛰질 않아” “시민 피하려 몰카 취재하기도”
조현호 기자 | chh@mediatoday.co.kr  


입력 : 2012-01-12  14:49:53   노출 : 2012.01.12  15:13:56

편파뉴스 책임자 퇴진 투쟁을 벌이기 시작한 MBC 기자들이 지난 1년 간 ‘내가 하루 한꼭지 인터뷰·촬영하는 기계처럼 느낀 적이 많았다’, ‘시민들의 눈을 피해 6mm와 몰래카메라로 취재하는 법도 논의했다’는 등 기자 스스로의 책임을 통감하는 반성문을 쏟아내고 있다.

MBC 기자회(회장 박성호) 비상대책위원회가 12일 발행한 특보2호에 실린 ‘지난 1년, MBC 기자는 반성한다’에는 현직 MBC 사회부 기자와 영상취재부 기자(카메라기자)가 쓴 반성의 글이 실렸다. 이 글은 모두 익명으로 게재했다.

사회부 기자는 자신이 지난 1년간 기자의 열정과 사명감이 사라졌다는 ‘섬뜩한’ 자기반성으로 글을 시작했다. 집회장소에 가도 현장의 열기와 공분을 전해야겠다는 사명감은 사라진채 ‘충돌이 있으면 리포트, 없으면 단신’이라는 생각을 하거나, ‘물대포를 쏠지 말지’가 더 궁금해했다는 것.

이어진 그의 자기반성은 자신을 ‘뜨거운 가슴’이 사라진 이미 기계가 돼버린 모습으로 표현했다.

“소외되고 낮은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기자로서의 의무감도 새겨본지 오래됐습니다. 계절별로 유행하는 것들, 조심해야 할 것들에 더 관심을 가졌습니다. 기자로서 당연히 ‘왜?’라는 질문은 항상 달고 다녀야 하겠지만, 그 ‘왜’ 다음에는 늘 시시콜콜한 단어들이 덧붙었습니다. ‘왜 더울까?’, ‘왜 추울까?’, ‘왜 인기일까?’.”

   
지난해 11월 24일 방송된 MBC <뉴스데스크>

그는 “기자라는 직업을 택했고 또 선택받은 사람으로서, 최소한의 옳고 그름의 판단조차 기사에 반영하지 못한 적도 있다”며 급기야 “누군가가 시켜서, 어떻게든 ‘한 꼭지’ 해야 해서, 인터뷰와 촬영을 섭외하는 ‘기계’가 됐다고 느낀 적이 더 많다”고 고백했다.

이 사회부 기자는 “어떤 것들은 왜 이 기사는 나가지 않는지 궁금해 하면서도, 그 날 밤 뉴스데스크가 끝나면 애써 잊어버리려고 노력하기도 했다”며 “그렇게 서울대 법인화 갈등과 김문수 119 전화 논란 ‘등 등 등’을 전달하거나 혹은 전달하지 않았다”고 반성하면서 ‘섬뜩한’ 자신의 현재를 써내려갔다.

“어느 순간부터 뉴스데스크에 나가는 제 리포트를 보면서 더 이상 가슴이 뛰질 않습니다. 동료 선후배들과 함께 내가, 아니 우리가 만든 리포트를 사회부에서 당당히 가슴 펴고 지켜보며 통쾌함을 느꼈던 것이 도대체 언제 기억인지 가물가물합니다.”

그는 이어 “타사가 제작한 것들 우리는 안 한 것은 없는지, CCTV 풀된 기사 놓친 것은 없는지, 그런 것들에 조마조마하며 사회부에 앉아서 뉴스를 모니터한 기억이 더 많다”며 “입사 이후 계속 이렇지는 않았는데, 지난 1년 새 달라졌고, 1년 새 반성할 것들이 이렇게 많아졌다”고 강조했다. 그는 “굳이 반성문이라고 칭한 것은 ‘덤비고’, ‘개기고’, ‘따지지’ 못 하고 그냥 ‘흘러버린’ 점에 대한 수치심 때문”이라고 비통해했다.

그는 지난 1년 간 기자를 희망하는 후배들을 볼 때도 민망하고 부끄러웠다며 일화를 소개했다. 기자 지망생들이 “MBC는 왜 이렇게 사건사고 많이 해요”라고 물었을 때 그는 “‘시청률 때문이겠지’라며 제가 아닌 다른 누구를 대신 변명해 주듯 말했다”고 전했다.

이 사회부 기자는 “다시 당당하게 취재하고, 통쾌하게 리포트하고, 멋있게 남들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희망하며 “아시겠지만 저는 사회부 기자”라고 자신을 위안했다.

이와 함께 MBC 영상취재부 소속의 한 카메라 기자는 글에서 지난 1년간 자신이 좀비처럼 살았다고 반성했다.

그는 “해야 할 말을 못했고, 보여줘야 할것에 눈감았으며, 냉소와 무기력만이 남아 좀비처럼 내 영혼을 이끌고 다녔다”며 “그러는 사이 시민들은 등을 돌렸고, 권력은 활개를 쳤으며, 우리는 무딘 칼끝마저 겨누지 못 한채 침몰하는 MBC를 천천히 목도하고 있었다”고 개탄했다.

카메라기자는 “김재철 사장이 선임되면서부터, 이러한 비극은 충분히 예견 가능했지만 이리도 빨리 흔들릴 줄은 몰랐다”며 “장관 후보자의 부동산 투기의혹과 4대강 사업 논란, PD수첩 사과방송과 KBS 도청의혹 등, 정권에 부담이 될 만한 뉴스들은 알아서 큐시트에서 빠지기 시작했고, 이는 점점 더 심한 자기검열의 악순환으로 이어졌다”고 썼다.

이 기자는 “서울시장 선거와 내곡동 사저의혹 보도에선 노골적인 편들기를 보여주었고, 이때부터 시민들은 MBC에 가졌던 실낱같은 기대마저 거두기 시작했다”며 “그 대가는 참 아팠다”고 털어놓으며 그 아픈 ‘대가’를 소개했다.

“FTA 비준안이 국민적 관심사이던 지난해 11월 처음으로 나는 수많은 시민들의 공적이 되어있었다. 잠시만 한눈팔면 어김없이 카메라의 MBC로고가 찢겨져나갔고, 인터뷰는 번번이 거절당하기 일쑤였으며, 시민들의 눈을 피해 6mm와 몰래카메라로 취재하는 법을 동료들과 논의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지난해 11월 24일 방송된 MBC <뉴스데스크>

그는 이어 “(무엇보다) 불신의 눈초리로 우리를 바라보던, 한때는 우리를 지지했던 수많은 시민들의 분노가 무엇보다 힘들었다”며 “이혼재판을 앞둔 부부의 탄식처럼, ‘우리가 어쩌다 이렇게까지 돼버렸을까’ 하는 자괴감이 스스로를 파고들었다”고 했다.

카메라 기자는 “국민을 배신한 MBC의 처참한 현실 앞에, 도저히 믿기지 않았고 믿을 수 없었던 ‘경멸’이 자리하고 있었다”며 “차갑기만 한 이러한 시선을 우리는 어떻게 거두게 할 것이며, 신뢰를 회복하기까지는 또 얼마나 많은 수모가 남아있는 것인가”라고 탄식했다.

그는 그래도 MBC에 드리운 어둠을 “새벽의 미명을 목전에 두고 있기에 지금의 어둠이 더 칠흑 같고 암담하게 느껴지는 것”이라며 “지난 1년간의 암흑기가 충분히 길고도 깊었기에, 서서히 시작되는 밝음의 기운이 더없이 반갑고 고맙기만 하다”고 그의 ‘희망’을 표현했다.


MBC기자 “요즘 우리뉴스 보면 여성잡지 같다고”
경제부 기자 “1분30초 떼우는 기자돼있었다” 반성…기자들 25일부터 제작거부
조현호 기자 | chh@mediatoday.co.kr  


입력 : 2012-01-21  15:47:12   노출 : 2012.01.21  16:37:46

MBC 기자들이 편파보도에 반발해 뉴스책임자 사퇴를 요구하며 오는 25일부터 전면적인 제작거부에 들어가기로 했다. 마이크를 놓기에 앞서 이들은 그동안의 자신 스스로의 뉴스를 되돌아보며 개탄하는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MBC의 한 경제부 기자는 최근 MBC 기자회(회장 박성호) 비상대책위원회에 보내온 글을 통해 과거 한 후배의 말을 소개했다.

“그 아이템 선배가 먼저 하겠다고 하신 건 아니죠? 제 친구가 요즘 MBC뉴스 보고 있으면 여성 잡지 보는 것 같대요.”

이 기자는 “뉴스를 함께 보다 장난처럼 가볍게 던진 후배의 말이 제 마음엔 한동안 무겁게 내려앉았다”며 “자의인지 타의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시청자들이 우리 뉴스를 외면하고 조소하는 사이, 저는 주어진 1분 30초를 그저 ‘때우는’ 경제부 기자가 되어 있었다”고 탄식했다.

   
지난해 12월 18일 방송된 MBC <뉴스데스크>

MBC 9시 <뉴스데스크> 에는 그동안 민감한 정치와 사회 현안이 우리 뉴스의 큐시트(메인뉴스에 방송될 뉴스목록)에서 사라진 대신, 그 빈자리는 ‘생활 친화적’ 이라는 경제 뉴스로 적잖이 채워져왔다. 이를 두고 이 기자는 “‘방송되어야 할 것’이 방송되지 않았다는 말은, 뒤집어보면 ‘방송에 안 나가도 될 것’이 방송됐다는 의미”라고 평가했다.

제작과정에서 기자들의 판단과 소통도 수차례 묵살됐다. 이 경제부 기자는 “기자의 판단과 보고보다는 통신사(연합뉴스·뉴시스 등) 기사의 한 줄에 더 무게감이 실렸고, ‘편집부의 주문’이라는 말에 더 이상의 대화는 이어지기 어려웠다”고 전했다.

무엇보다 그는 “일방적인 지시에 따라 쓴 기사에도, 좋지 않은 평가가 나오면 그 책임을 일선 기자에게 떠넘기는 분위기”도 참기 어려웠지만, “‘경제부는 먹고, 입고, 타는 것으로 아이템을 찾아줬으면 좋겠다’는 한 선배의 말씀을 전해 듣고는 씁쓸한 마음 감출 길 없었다”고 괴로워했다.

그는 자신이 ‘경제부 기자’의 모습에 충실했는지 돌아보니 ‘FTA’와 ‘4대강’ 등 굵직굵직한 경제 현안에 대한 보도자료가 쏟아져 나올 때마다, ‘불편한’ 뉴스거리를 찾아보려고 노력했는지 자문하게 됐다고 반성했다.

“‘이게 왜 뉴스가 되지?’라는 의문을 ‘그냥 하고 오늘만 넘기자’는 무사안일로 손쉽게 대체하지는 않았는지 되물어봅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 또한 우리 뉴스의 신뢰도 추락을 방조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습니다.”

이런 임무 방기를 해온 데 대해 이 기자는 △기업을 비판하는 기사를 썼더니 “MBC는 만만한 게 기업이라서 우리만 조져”라며 뜬금없는 항의를 해 오는 홍보 담당자들의 말이 듣기 싫어서 △하루 종일 취재하고 기사 쓰고 편집을 끝낸 뒤 찾아오는 공허함이 반복되는 게 무서워서였다고 기재했다.

그는 “뉴스데스크에서 자신의 이름으 로 기사를 끝맺음하는 사람들이 적어도 동일한 수치심은 느끼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쉽고 보기 편한 뉴스가 시청자들의 눈을 잠시 붙잡아둘 순 있어도 마음을 붙잡아둘 순 없다는 단순한 사실을 깨닫는 데 걸린 시간, 이제,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라고 되물었다.

   
지난해 12월 17일 방송된 MBC <뉴스데스크>
Posted by 木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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