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령 혹스 영화에서 '물건을 주고 받음'은 인물들의 친밀한 관계를 설명한다. 혹스는 구구절절한 대사나 설명 없이 이렇듯 영화적인 문법들을 개발했다. [레드 리버]는 알기 쉽게 말하면 웨스턴판 [지옥의 묵시록]이며 웨스턴 버전의 [모비 딕]이다. 기회가 된다면 [레드 리버]의 리뷰 역시 네오이마주에 올릴 예정이다. 그럼 이 글의 영화 선생님들이신 존 카펜터와 리처드 쉬켈의 하워드 혹스 강의를 들어보자.
[# 89분경]
펜터 : 악당이 다가올 때 존 웨인도 움직여서 빨리 총을 잡으려고 해요. 그런데 악당이 총을 꺼냅니다. 꼼짝 못하게 돼죠. 존 웨인은 길거리 한가운데서 인질로 잡힌 겁니다. 총 벨트를 풉니다. 이제 리키 넬슨이 시선을 끌려고 준비를 합니다. 둘의 시선에서 바라보는게 무척 깔끔해요. 리키가 밖으로 나가는 동안 창문으로 화분을 던집니다..... 여기서 멋진 총격전이 나옵니다. 깨고 던지고 발사하죠. 멋진 장면이에요. 당황한 틈에 악당들을 물리칩니다. 존이 멀리서 도망가는 남자를 쏩니다. 존이 말에 오를 때 보면 누가 말을 잡아줘요.

[# 101분경]

카펜터 : 이건 ‘리오 브라보’에서 유명한 장면이에요. 대사가 많죠. 듀드가 원래대로 돌아오는 신이에요. 리키 넬슨이 선서를 하고 딘은 자신이 쓸모 없고 일을 할 수 없다고 느껴요. 그래서 술을 마시려는데 밖에서 ‘드구에요(죽음의 노래)’가 들리자 딘은 바로 예전의 자신으로 돌아갑니다. 수수께끼 같은 방법으로 옛 기억을 다시 더듬으며 왜 이렇게 됐는지 되돌아보고 다시 용기를 얻습니다. 영웅이 재기하는 모습은 혹스 영화에서 자주 나옵니다. 죽을만한 일을 겪지만 다시 일어서는 길을 찾고 돌아왔을 때는 동료들이 따뜻하게 대해줍니다. 

술을 마시려다가 노래를 듣습니다. 매우 깔끔하게 바로 술을 병에 다시 붓습니다. 여기서도 대사가 전혀 없어요. 결국 본래의 자신을 찾기 위해 문을 닫지 말라고 하죠. 굉장한 순간이에요. 

[# 120분경]

쉬켈 : 한번은 존 웨인이 혹스에게 물어봤대요. [리오 브라보]는 어떤 영화냐고요. 하워드 혹스는, 이 영화엔 아주 중요한 여섯 장면만이 있다고 했죠. 마치 섬에서 섬으로 수영하는 것과 같다고요. 나머지 장면들은 마지막 대 장면에 이르기까지 A 지점에서 B, C 지점으로 이동하는 거라고 했어요. 감독적인 면에서 웨인은 혹스에게 이렇게 물었죠. “이게 그 여섯 장면에 들어가요 ? 아니면 빨리 지나가는 장면에 속해요?” 특히 이 영화는 흥미롭게도 매우 그런 식의 구성이죠. 좋은 대사로 둘러싸여 액션이라는 섬으로 이루어졌어요. 흥미롭고 좋은 대사들이 부차적인 줄거리를 발전시켜줍니다. 어떤 점에서는 좋은 영화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에 관해 하워드 자신이 고전적인 방법을 운운했다면 [리오 브라보]는 그 주류에 속하는 고전 영화죠. 이들 장면으로 분리되는 대여섯 액션 부분이 한편으로는 좋은 코미디가 다른 한편으로는 좋은 로맨스가 뒷받침해주고 있어요. 멋진 기능을 가진 혹스의 기계라고 할 수 있죠. 

[# 124분경]

카펜터 : 혹스와 디미트리 디옴킨의 능력이 돋보이는 장면이에요. 단순한 시퀀스지만 디옴킨의 음악이 긴장감을 자아냅니다. 이러한 거래 장면은 일본 영화에서 빌려온 게 아닌가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혹스가 거래 장면을 다른 영화에서 봤는진 모르겠군요. 

카펜터 : 이제 가장 훌륭한 액션 시퀀스를 보시겠습니다. 아주 훌륭하죠. 재미있고, 긴장하게 만들죠. 이제 모두가 모입니다. 웨인과 리키 넬슨, 딘 마틴, 월터 브래넌이 재결합하는 거죠. 혹스는 재미있다고 여겼어요. 모든 동선은 혹스가 짰어요. 모든 등장 인물이 어디에 있어야 할지 건물의 설계도처럼 미리 머리 속에 그린 거죠. 창문가에 자리를 잡으면서 혹스는 관객이 봐야 할 지점까지 이끌어줍니다. 주인공들은 헛간에 있고 길 건너엔 딘 마틴이 있죠. 모든 게 관객을 위해 다 짜여졌어요. 마치 이 지역의 지도를 머리 위에서 보는 것 같죠. 혹스는 이러한 장면을 단순하고 격조 있게 감독했어요. 혹스의 비주얼은 크게 눈에 띄지 않았기 때문에 그의 영화가 종종 무시되곤 하는데요. 많은 감독들은 장면을 찍고 카메라 각도의 사용법으로 시퀀스가 얼마나 흥미롭고 훌륭한지를 말하려고 합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감독법을 들어보면 아주 단순하게 감독한다고 하죠. 클린트가 보기에는 필요하지 않은 것들이 많은 거죠. 혹스도 거의 같은 식이에요. 그의 카메라는 항상 제때 적절한 곳에서 보여주고 있습니다. 언제 가까운 숏으로 갈지 이동 숏으로 갈지... 

쉬켈 : 이 영화의 진짜 가치는 대사와 줄거리 속의 숨은 뜻에 있습니다. 보도 기사에 따르면 웨인은 앤지와의 러브 신에 많이 긴장했다고 해요. 물론 둘은 친했지만요. 몇몇 비평가들은 앤지 디킨슨이 여배우가 갖춰야 할 모든 걸 다 갖췄다고 했죠. 

카펜터 : [리오 브라보]는 재미로 가득 찬 영화죠. 유머가 있고 등장 인물도 재미있어요. 고전적 제작방법에 근거했죠. 30년대와 40년대식을 빌려서 50년대의 칼라로 업데이트되었어요. 액션을 비롯해 모든게 들어 있죠. [리오 브라보]는 제가 생각할 때 최고의 서부영화입니다. [레드 리버]나 [수색자]처럼 심오하지는 않죠. 아마 [수색자]에서 웨인의 연기는 최고일 겁니다. [레드 리버]에서 웨인의 연기는 보다 현실적이면서 덜 친근하죠. 
Posted by 木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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