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일 거장이라는 말이 현대영화 안에서 아직도 성립한다면 그 자리에 갈 수 있는 이름 중의 한 사람은 클린트 이스트우드일 것이다. 이 이름을 나로서는 무조건 긍정하고 싶다. 물론 이스트우드가 존 포드에 필적할 만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적어도 그는 앤소니 만이 영화사에서 해낸 위대함을 우리 시대에 기적처럼 펼쳐 보이고 있다. 이를테면 [용서받지 못한 자]는 [서부의 사나이]에 비견할 만하다. 솔직히 말하면 [그랜 토리노]를 보았을 때 그 마지막 장면에서 나는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자기 자신을 위해 살아생전에 연출하는 영화사상 가장 아름다운 레퀴엠을 보는 것 같았다, 라고 쉽게 말해버렸다. 그런 다음 나는 나의 동료들과 함께 이스트우드의 최고 걸작은 결국 무엇인가, 라는 내기를 하였다. 그러나 거기가 끝이 아니었다. 그는 그저 간단하게 다음 영화를 만들어버렸다. 이 말의 방점. 그저 간단하게. 올해 80살. 거장의 그 사뿐하도록 가벼운 발걸음.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을 때 나는 '유령' 이스트우드의 포스트 '그랜 토리노' 영화들을 생각해야만 했다. [인빅터스]는 내가 감히 왈가왈부할 수 있는 영화가 아니다. 무엇보다도 이 영화를 보면서 내가 가장 놀라게 되는 것은 (다시 한 번 말하지만) 그저 간단하다는 것이다. 다른 영화들이 너무나 복잡한(그저 복잡하기만 한!) 편집과 과장된(그래서 차마 보기 괴로운!) 연기와 소란스러운(너무 시끄러워서 노이즈에 가까운!) 음악으로 영화의 감각기관을 망쳐버리고 있을 때 이스트우드는 거의 기적처럼 거기 카메라가 있으면 영화가 성립되었다. 그것도 너무 아름답고 우아하게 창조의 선을 연결하면서 그 모든 것이 당연하게 비전이 된다. 아니, 차라리 이렇게 말하고 싶다. 이스트우드가 세상을 찍으면 영화가 된다. 오늘날 이런 영화는 이스트우드가 아니라면 마노엘 데 올리베이라에게서나 볼 수 있는 것이다."

인용한 글은 정성일의 [정성일의 영화순정고백: 두 번째 이야기]에서 글의 일부분을 옮겨 놓은 것이다(전문이 궁금한 분은 다음의 두 편의 글을 읽으면 된다. [정성일의 영화순정고백: 두 번째 이야기(1)(2))

Posted by 木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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