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제가 디테일에 집착할 때는 그게 핵심에 연결되어 있을 때만 그렇게 해요. 사진 예술에 대한 롤랑 바르트의 책을 보면 푼크툼(punctum)이라는 개념이 있잖아요.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의 모습을 찍은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의 사진에서, 그 사람의 구체적인 표정이나 자세보다 신고 있는 운동화의 끈이 풀려 있는 게 이상하게 가슴에 남을 때가 있잖아요. 그 풀려진 운동화 끈이 사진에서 툭 튀어나와서 보는 사람의 마음을 찌르는 느낌이죠. 저는 연출을 할 때 인위적으로 그런 푼크툼을 만들려고 해요. 그럴 때만 디테일에 집착하는 거죠. 달력 날짜가 맞는지, 이전 장면과 물건의 위치가 동일한지 같은 것은 사실 별로 신경 안 써요. 저는 디테일이라서 집착하는 게 아니라 그런 디테일이 본질적이라고 생각해서 그렇게 하는 거예요. 사실 전 봉테일이라는 별명 싫어해요.

“자신이 원하는 이미지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것이죠. 감독은 그거 하나로 버티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 이미지를 완성해서 스크린에 투사하기까지의 과정이 사실 너무 힘들잖아요. 캐스팅 촬영 장소섭외 등 모든 것이 그렇죠. 그런 고통스런 과정을 견뎌낼 수 있는 것은 결국 내가 찍고싶은 이미지가 있기 때문이예요. 아무리 힘들어도 ‘이거 하나는 반드시 찍어야 돼’라는 것만으로 끝까지 버티는 거죠.”

http://news.naver.com/moviescene/?ctg=issue&mod=read&office_id=263&article_id=0000000014
(박찬욱)

인생이 불행으로 점철된 비극이라고까진 생각하지 않지만, 인생이 행복하다고 느끼는 순간은 아주 짧고 가끔씩만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답은 그 정도로 해두죠."

"희망이란 말은 사랑이란 말만큼이나 남용되고 때가 타서 거의 무의미해진 말이라고 생각해요. 전 그래서 희망을 가지라고 말하는 영화에서 희망을 버리라고 말하고, 사랑 영화를 연출하면서도 사랑이라는 말을 안 쓴 채 만들고 싶었어요. 모두가 거짓말을 하는 세상에서 희망이 지고지선이라고 뻔한 말을 반복하고 싶진 않아요. 삶이란 앞으로 좋아질 것이라는 걸 바라지 않고도 살아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움직이는 것에 주의할 것"이 제일 중요하지 않을까요. 전 수십년 후는 아예 바라지도 않고, 5년 후에라도 사람들이 참고 볼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어요. 근데 그게 쉽지 않죠. 사람들도 빠르게 변하니까요. 5년이라도 낡지 않으려면 당대의 요소들 중에서 피상적인 것에 매달리면 안 됩니다

그 영화를 만들면서부터 한국인만이 이해하는 농담이 재미없게 느껴진 이유도 있었고, 당대만 이해되는 농담도 피하고 싶었죠. 공포처럼 전혀 다른 감정과 결부된 유머가 저를 웃게 만드는 것 같기도 했구요. 사실 그런 유머는 조심해서 다뤄야 하죠. 사람 목숨이 달린 장면에서 잘못 사용하면 욕먹기도 쉬우니까요. 상업영화 관객은 단일한 감정을 원하기에, 그런 면에서도 위험한 유머죠. 그래도 그런 유머 스타일이 가장 저답다고 생각해요. (스스로 가장 만족스러운 유머 장면을 묻자)친절한 금자씨의 후반부에서 아들을 악한 최민식에게 잃은 유족 오광록이 개인적인 복수를 앞두고 가만히 앉아 있다가 갑자기 도끼를 꺼내서 조립하는 장면을 좋아해요. 그게 제가 생각하는 유머의 가장 좋은 형태인 것 같습니다.

http://news.naver.com/news/read.php?mode=LSD&office_id=023&article_id=0000218988&section_id=103&menu_id=103
박찬욱 사이보그 인터뷰

―불편한 질문 하나. 당신 영화에서 이야기, 서사의 비중은 너그럽게 잡아도 30% 안쪽으로 보인다. 그것은 문학과 구별되는 영화만의 언어, 영화만의 문법으로 소통하고 싶다는 작가적 야심인가.


“우선 첫 주장. 동의할 수 없다. 전혀. 내 영화에서 이야기의 비중이 줄어들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리고 문학과 구별되는 독자적 언어는 당연하다. 그런 노력과 서사성이 충돌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지금은 예전에 가졌던 불만이라든가, 적개심이라든가, 이런 것들이 좀 어려 보이는 게 사실이다. 절망적이고 비관적인 이야기를 하는 건 사실 쉽지 않을까. 희망과 사랑을 이야기한다는 것이 어렵겠지. 그것도 이렇게 힘든 세상에서. 문제는 그 희망과 사랑을 위선적이지 않은 태도로 발언한다는 것, 이게 가장 어려운 일인 것 같다.” 
 

07 전주영화제 GV
http://news.naver.com/moviescene/?ctg=issue&mod=read&office_id=263&article_id=0000000042

http://news.naver.com/moviescene/?ctg=issue&mod=read&office_id=263&article_id=0000000045
김태용 부메랑 인터뷰

http://news.naver.com/moviescene/?ctg=issue&mod=lst&hotissue_id=2383
Posted by 木石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