木石
2010. 4. 12. 12:25
http://music.naver.com/today.nhn?startdate=20100412
장기하가 선택한 첫 번째 앨범 : Roxy Music의 [Siren]
-
"제가 1집을 준비할 때 외국 밴드 중 가장 마음속에 있던 기준이 된 밴드예요. 잘 짜여진 음악인데, 굉장히 '골 때리는'음악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 게 제가 딱 하고 싶었던 스타일의 음악이거든요. 저는 음악을 들을 때 어떤 범주에 들어가는음악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어떤 경계에 있는 음악을 좋아하죠. 록시 뮤직의 보컬은 너무 느끼해서 웃기기도 하고 무대 매너도아주 독특해요. 그래서 더 섹시한 것 같아요. 이 앨범은 대부분 전위적인 이들의 앨범 중에 유일하게 팝적인 느낌이 강한음반이에요. 저 같은 사람이 듣기에 딱이죠. 수록곡 중 'Love Is The Drug'는 제가 거의 이상적이라고 생각하는형태의 대중음악 중 하나예요."
"미인이 수록된 음반인데, 개인적으로는 대중에게 많은 사랑을 받은 '미인' 보다는 '그 누가 있었나봐'의 리프(반복선율)가 더매력적이라고 생각해요. 누가 봐도 단박에 좋은 건 아니지만, '뭔가 이상한데' 하면서 의혹이 들기 때문에 더 그런 것 같아요.제가 이 음반이 섹시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바로 보컬 때문이에요. 신중현 선배에 대해 많은 사람들은 기타리스트나 작곡가로서의능력에 이견을 달지는 않지만, 보컬에서는 많은 이견을 다는 걸로 알고 있어요. 하지만 제 생각엔 국내 가수 중에 이 뮤지션만큼솔풍의 노래를 부르는 이가 있을까 의문이 들 정도예요. 요즘은 어떤 노래를 표현할 때, 형식이나 방식 자체를 모방하는 경향은강하지만 깊은 정서를 모방하는 데는 서툰데, 신중현은 되게 슬프면서도 신나는 정서를 그만의 방식으로 잘 표현했다고 생각해요.그의 가장 섹시한 점은 콧소리에 있죠."
"제가 대부분의 원초적 남성미에는 매력을 못 느끼는데, 드물게 매력을 느끼는 음반이 이 앨범이에요. 산타나의 2집 이후만 하더라도그렇지 않은데, 이 1집은 록 뮤지션이 가져야 할 기본적이고 원초적인 파워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전 연주자 개인에 대한관심은 별로 없는 편이고, 밴드 음악 자체가 뿜어내는 소리에 관심이 많아요. 그래서 이 음반은 산타나의 개인 연주가 아닌 그룹'산타나'의 울림에 점수를 준 셈이죠. 이 음반의 표지는 사자 모양이 그려져 있는데, 사운드 역시 거침없이 달려가요. 또사이키델릭한 그 시대의 스타일을 최고로 표현하면서도 라틴의 정서를 잘 녹여내 색다르고 독특한 느낌을 안겨줘요. 아, 정말 이런느낌을 어떻게 말로 다 표현할 수 있을까요?"
"요즘 인간적으로 꽃혀 있는 뮤지션이 밥 딜런이에요. 이번 내한공연 오기 전에 베스트 음반을 샀는데, 베스트를 골랐다는 것은 제가이 뮤지션에 대해서 '초짜'라는 걸 의미하는 거예요. 이 음반을 시작으로 정규 음반을 따로 구입할 생각이에요. 이 뮤지션은 생긴거랑 표정이 너무 좋아요. 젊은 시절의 그를 보고 있으면 너무 멋있어요. 또 몇 개의 가사를 해석해 본 결과 제가 지금까지 접해본 가사 중에 다섯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예요. 'Just Like A Woman'의 후렴구는 사랑을 나눌 때나 상처를 받을 때그는 한 명의 여자지만, 무너질 때는 작고 여린 소녀일 뿐이라고 얘기해요. 겉으로 아무리 강해 보여도, 그 안엔 소녀 또는소년의 여린 감성이 있다는 뜻으로 받아들였어요. 지난해 대외활동이 말도 안되게 많아지면서 제 스스로 강한 척하고 있었던 건아닌가, 그런 모습을 요즘 쉬면서 생각하니까 나의 약한 모습과 마주하게 되더라고요."
"이기팝의 앨범 중에선 이 음반만 좋아해요. 이 음반 듣고 비로소 제 혈통이라는 생각을 했거든요. 이기팝의 이 음반은 제가 선택한5개 음반 중에 가장 무식한 앨범이에요. 무식하게 보이는 부분들이 너무 많아요. 한 코드로 몇 분을 가는 형식도 그렇고요. 물론혈통이 평크니까 그렇긴 하겠지만. 전 마리화나를 해 본 적은 없지만, 이 음악을 듣고 나면 마치 마리화나하고 나서 저 끝에 있는느낌이 무엇인지 어렴풋이 느낄 수 있을 것 같기도 해요. 듣다 보면 좋아지는 음반이 있는데, 이 음반은 듣자마자 제가 사야겠다고결심했던 음반이에요." 'Dum Dum Boys'는 2010년 4월 14일 24:00까지 무료듣기로 제공됩니다.
과거의 보물을 찾아 현재에 응용시키는 영리한 뮤지션, 장기하올해 휴식기를 맞고 있는 장기하는 쉬면서 각종 음반을 사서 듣고, 공연도 자주 찾아다닌다. 그와 공연장에서 마주친 횟수만도 최근한 달 동안 여러 차례였다. 그는 "난 음악 청취자이면서 애호가이기 때문에 좋은 음악 듣고 보러 다니는 걸 좋아한다"며 "좋은음악을 들으면 자동차에 기름을 넣은 듯 충만한 기분을 느낀다"고 했다. 좋은 음악에 대한 정의는 제각각이지만, '예전의음악=좋은 음악'이라고 여기는 그의 논리는 계속 궁금증을 유발했다.
"좋은 음악의 청취를 방해하는 것의 80퍼센트가선입견이에요. 이를테면 일본 음악 몇 개 들어보고 '일본 음악은 이런 것'이라고 일반화시키는 예가 그것인데, '이런 시대에 이런음악을…'이라는 것도 편견일 뿐이죠. 요즘 음악이 예전 음악보다 우월하다고 생각하는 근거가 무엇인지 잘 모르겠어요. 오히려 예전음악이 더 좋을 수 있는 이유는 지금의 음악은 시대를 통해 검증되지 않았지만, 예전 음악은 수십 년간 검증되지 않았나요?사람들이 장르나 시대 불문하고 다양한 음악을 듣게 되면 그 속에서 더 좋은 작품을 알게 될 뿐만 아니라 자신에게 원초적으로 맞는음악을 찾을 수 있을 거예요."
장기하는 요즘 2집 작업을 준비중이다. 어떤 모습의 노래였으면 좋겠다는 것은 이미머릿속에 있는데, 그걸 현실화하는 작업이 만만치 않다고 했다. 그것대로 나와준다면 멋있는 음반이 될 거라고도 했다. "저도2집이 언제 어떻게 나올 지 궁금한데, 굳이 조금 소개하자면 위에 선정한 5개 음반을 굉장히 즐겨 듣고 있다는 거예요. 이번엔좀 더 '플러그드' 될 것 같아요."
|
|
|
|